[사설] 최순실 귀국, ‘정치 검찰’ 오명 벗을 마지막 기회다

[사설] 최순실 귀국, ‘정치 검찰’ 오명 벗을 마지막 기회다

입력 2016-10-30 22:48
업데이트 2016-10-3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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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즉시 왜 신병 확보하지 않았나… 의혹 못 캐면 국민저항 더 거세질 것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인 최순실씨가 어제 전격 귀국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3일 독일로 출국했던 최씨가 57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최씨는 변호사를 통해 “자신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에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리는 심정을 표한다”고 전하면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씨의 귀국으로 검찰 수사가 급진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이 진실을 규명하고 의혹을 파헤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보인다. 당장 어제 귀국한 최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검찰의 판단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수사에 순서가 있다고 하겠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마저 검찰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긴급체포할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최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거짓 인터뷰를 한 만큼 증거인멸을 시도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공항에서 긴급체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부인했지만 최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동행했다는 보도 역시 검찰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귀국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던 최씨가 갑작스럽게 귀국한 것부터 석연치가 않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후 국정 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최씨 언론 인터뷰가 보도됐고 27일 최씨의 핵심 측근인 고영태씨가 태국에서 도피 중에 귀국해 검찰에 자진출두했으며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 역시 28일 자진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야당의 주장대로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권력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하는 시도가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애초 두 재단의 설립 및 모금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와 최씨의 영향력 행사 여부에서 창조경제를 빙자한 예산 유용 및 인사 개입 등 국정농단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개입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도 검찰은 수사에 미적거렸다. 그동안 핵심 측근들은 해외로 도피했고 관련 증거 서류의 상당 부분이 폐기되고 있다는 정황들도 많았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해야 할 증거 확보를 스스로 포기하다시피 했다. 어제 단행한 청와대 인적 쇄신을 계기로 검찰의 최씨 수사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역시 검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점을 남겼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임무를 소홀히 한 것도 사실이다. 최씨 의혹은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말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한다.
2016-10-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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