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를린 구상’ 남북 군사회담으로 첫발 떼나

[사설] ‘베를린 구상’ 남북 군사회담으로 첫발 떼나

입력 2017-07-16 21:52
수정 2017-07-1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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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 나왔다. 베를린 구상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3차 남북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골자로 하는 총체적인 대북 제안을 일컫는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그제 개인 명의의 논평에서 “평화와 북남 관계 개선에 도움은커녕 장애만을 덧쌓는 궤변”이라면서 “우리 민족 자신이 주인이 돼 풀어야 할 중대한 문제를 다른 나라 사람들 앞(베를린)에서 늘어놓은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독일식 통일의 교훈’이란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흡수통일론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의 보검인 동족의 핵을 폐기시키겠다는 무모한 짓이라고 규정했다. 남북 통일과 비핵화에 관한 북측 종래 입장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개인 명의란 형식으로 논평의 격도 일부러 낮췄다. 하지만 일고의 가치가 없었다면 무시하면 됐을 베를린 구상에 대해 8600자가 넘는 장문을 통해 조목조목 비판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갖는 북측 관심의 일단을 엿보게 해 준다.

특히 구상에 대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입장이 담겨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1,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이 주목된다. 평양에 갈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체육·민간 교류부터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계획에 대해서도 5?24 조치 해제와 탈북 여종업원 북송을 전제로 깔았지만 “우리는 체육문화 교류나 인도주의적 협력 사업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곱씹을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휴전협정 64주년인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북측에서 볼 때 적대 행위란 대북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다. 정부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 주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안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남북 관계를 해빙시키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기까지 1~2년이 걸렸다. 핵·미사일을 개발만 하면 남한이 따라올 것이라고 김정은이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미국과 협상하려면 남한 없이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의 문을 다시 열자는 남측 제의에 조건 없이 응해야 할 것이다.

2017-07-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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