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주(왼쪽)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제 더불어민주당은 국방장관 탄핵을 공개 경고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국회 동의 없이 파병한다면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가 튀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사태는 백번 천번 경계해도 모자라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어지는 대응을 보자면 그래서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제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가정보원의 요원 파견에 “제정신이냐. 고문 기술을 전 세계에 전수라도 하겠다는 오해를 받고 싶은 것이냐”라고 했다. “남의 나라 전쟁에 왜 끼어드냐”고 일축했다.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니라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위협받는 위중한 상황임을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사정이 어떤가.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북한군의 쿠르스크 배치를 공식 확인했고 북한의 파병은 명백히 안보리 결의사항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묵과할 수 없는 당연한 대응 조치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파병 대가로 북한에 핵미사일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면 한반도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무기 지원이나 전쟁 관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중대한 국가 안보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민주당의 태도는 그런 걱정이 아니라 한국 정부 비판에 무게가 쏠린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주술사가 닭 피 맛보며 전쟁 결정” 등 있지도 않은 사실로 논란을 키우느라 여야가 만사 제치고 했어야 할 북한 규탄의 공동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이러니 민주당이 어느 나라 정당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가 안보마저 정쟁 소재로 삼는다는 오해를 더 받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초당적 대처에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
2024-10-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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