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단어의 비밀/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단어의 비밀/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10-11 00:00
수정 201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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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마(麻)’라는 뜻의 한자어 감저(甘藷)는 어떤 식품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것은 17~18세기에는 감자나 고구마를 뜻했다. 16세기 이전에는 마(麻)를 표현한 한자였다. 1925년 김동인이 발표한 단편소설 ‘감자’에 나오는 감자는 사실 고구마다. 당시 서울말 또는 표준어로는 고구마도 감자라고 불렀는데 평양 출신인 작가가 혼용한 것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춘천 출신의 김유정의 단편 ‘동백꽃’에도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는 표현이다. 지구온난화로 난리인 지금도 ‘붉은’ 동백꽃의 서식 북방한계선은 충청남도를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김유정의 동백꽃은 무엇인가. 봄이면 김유정 생가에 지천인 생강나무로, 강원도 사투리라고 한다. 울릉도 호박엿도 사실은 약리작용이 있는 후박나무 껍질을 삶아서 만든 후박엿에서 변이된 것이다. 우리가 관성적으로 쓰는 말에 이렇게 다양한 비밀이 감춰져 있다니…. 그동안 맥락도 모르고 고운 우리말들을 써온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10-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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