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돼지국밥/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돼지국밥/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10-26 23:00
업데이트 2017-10-2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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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고향인 어머니는 돼지고기로는 국을 끓인 적이 없다. 자주 먹을 수는 없어도 국은 소고기였다. 물론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를 쓰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서울을 비롯한 중부권 출신들은 자기네 집도 그랬다고 맞장구치기도 한다. 그러니 오래전 부산 여행 길에 ‘돼지국밥’ 간판을 처음 봤을 때는 낯설 수밖에 없었다.

돼지국밥과 멀어진 계기도 있었다. 학창 시절 이웃 어르신 생신에 초대받았을 때의 이야기다. 밥상에는 검은 털이 숭숭 박힌 고기가 떠다니는 그야말로 돼지국이 올랐다. 취향에 맞지는 않았지만, 예의를 차리느라 단숨에 그릇을 비워 버렸다. 그러고 나서 다른 음식을 먹을 요량으로…. 그런데 어르신은 내 모습을 보더니 “그렇게 맛있어? 한 그릇 더 먹어!” 하시는 것이었다.

점심 때 만난 동료는 “가까운 곳에 괜찮은 국밥집이 생겼다”며 앞장섰다. 돼지국밥이었다. 물론 ‘돼지국 두 사발’의 트라우마는 떨쳐 버린 지 오래다. 깔끔하게 끓인 국밥이었다. ‘검은 털 돼지국’에 얽힌 이야기를 꺼내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다. 추억이라는 양념이 들어가 더 맛있는 점심이었다.

dcsuh@seoul.co.kr
2017-10-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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