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3-05-02 01:47
업데이트 2023-05-02 01:4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버핏에게는 우리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장점도 있다. 지능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보니, 그의 두뇌는 동시에 약 5개 차원에서 가동되는 듯했다. (…) 투자에서는 내가 버핏을 물리칠 수 없다. 그러나 그를 본받을 수는 있다. 그날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버핏의 장점은 그의 지능이 아니라 그의 본성과 완벽하게 조화된 생활방식이었다. 그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

‘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을 열렬히 추종하는 전문 투자가 가이 스파이어는 2007년 경매에서 버핏과의 점심 식사권을 낙찰받아 점심을 같이 하고 나서 당시의 경험담과 교훈을 정리해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펴냈다. 그는 “진실한 나를 통해서 진정한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그가 가르쳐 주었다”고 썼다. 버핏과의 3시간 점심에 65만 달러의 엄청난 돈을 썼지만 평생 투자의 나침반이 될 생생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점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는 ‘버핏과의 점심’은 2000년 처음 개최된 뒤 2022년 마지막 행사 때까지 해마다 화제를 모았다. 누가 얼마에 낙찰받았는지가 언론의 관심거리였다. 낙찰가는 매번 공개됐지만 낙찰자의 절반은 익명으로 남았다. 마지막 경매 낙찰가는 1900만 달러(약 254억원)로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경매 수익금은 빈민 구호단체인 글라이드재단에 전액 기부되는데, 누적 금액이 5320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월 중장기 발전안의 하나로 국민 소통 프로젝트인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제시했다. 분기마다 대기업 회장, 전문경영인, 스타트업 창업자 등 3인의 기업인이 MZ세대 30명과 식사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25일 ‘꿈을 위한 갓생, 그리고 불굴’을 주제로 열리는 첫 행사의 주인공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재욱 쏘카 대표, 방송인 노홍철이 선정됐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낙찰자가 돈을 내는 ‘버핏과의 점심식사’와 달리 프로젝트 참가자는 돈 대신 본인이 실천할 수 있는 재능기부 계획서를 제출하고, 3개월 안에 실천하면 된다고 한다. 원조를 잇는 새로운 기부문화로 정착하길 기대한다.
이순녀 논설위원
2023-05-02 27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