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서글픈 6080과 한국의 연금정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서글픈 6080과 한국의 연금정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12-08-09 00:00
업데이트 2012-08-0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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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60세부터 80세 연령층(6080)의 빈곤문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 대부분을 보낸 이들 세대의 월소득이 70만원에 불과해 저소득층의 삶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체 연령층 평균소득의 67%에 불과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높은 상대빈곤율도 사회통합 차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연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노인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2002년 OECD의 정책 권고 이후 기초연금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조세방식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조건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노인 빈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과 OECD의 제도 도입 권고에도 제도 운용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기초연금 도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204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연금을 충당하기 위한 정부지출이 급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도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월 9만 4600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연금액이 부족하고, 정치적 타협과정에서 어정쩡한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제도 속성이 모호해 제도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편방향으로는 대상자를 늘려 모든 노인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자는 입장과 한정된 정부의 재정을 고려해 대상자를 지금보다 점차 줄이되 도움이 더 필요한 취약노인 중심으로 연금을 더 올려 주자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인 빈곤 해소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노인 표 확보를 위해 각 당이 대선공약 카드로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서양에서는 연금제도 개편 논의와 관련된 ‘연금정치’(Pension politics)라는 말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어떠한 연금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정권이 뒤바뀌기도 했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명운도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 길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오랜 논란 끝에 인구 고령화 대처 차원에서 노인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포기하는 대신, 취약 노인계층에게 정부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편하였다. 반면에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노인대국 일본은 오히려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연금개편안을 제시해 많은 전문가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연금정치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연금 개편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OECD가 때마침 우리 연금정치 방향에 대해 거들고 나섰다. 올 5월 OECD는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주장했던 권고안을 철회하고, 투입비용 대비 정책효과가 적은 현재의 기초노령연금 대신 좀 더 혜택이 필요한 취약노인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라는 새로운 권고안을 제시했다. 제대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현재의 노인에 대해서는 준보편적인 제도를 유지할지라도, 앞으로 노인이 될 세대는 취약계층을 중점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OECD의 권고안은 독일의 연금개혁과 유사하다. 1990년대 휘청대던 독일은 ‘어젠다 2010’을 실천에 옮긴 게르하르트 슈뢰더라는 걸출한 정치인 덕분에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 및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개혁안을 실행에 옮긴 뒤 선거에 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난 슈뢰더 총리처럼 당장은 피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소신 있게 밝힐 수 있는 정치인, 그리고 이러한 정치인이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국민,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연금정치가 아닐까.

2012-08-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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