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천천히.’ 청춘스타 고수(26)를 보면 여유와 느림의 미덕을 강조한 한 커피 CF의 카피가 생각난다. 느릿한 말투, 한 땀 한 땀 작품 이력을 늘려가는 행보 등 그의 이모저모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속도전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신인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고수는 말주변이 없다. 재기발랄하게 자기를 드러낼 줄 모른다. 시선을 밑으로 깐 채 생각을 곱씹었다가 수줍게 몇 마디를 툭 던질 뿐이다. ‘요즘 애들’ 같지 않은 면모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순수청년’, ‘바른생활 사나이’ 등 또래 스타에 비해 다소 고전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는다.데뷔 6년째인 그는 연기자로도 똑같은 보폭과 속도를 유지해왔다. 시트콤,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으로 계단을 하나씩 밟아올라갔다. 드라마의 성패와 상관없이 한 작품을 끝내면 ‘잠수’를 탔다가 다시 수면에 오르기를 반복해왔다.그런데 지난해 10월 STV 드라마 ‘요조숙녀’를 끝낸 뒤 고수는 좀 길다 싶게 잠잠했다. 장윤현 감독의 신작 ‘썸’(씨앤필름 제작·10월15일 개봉)을 촬영 중이라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구체적인 내용이 베일에 가려진 채 비공개로 촬영돼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1년 만에 첫 영화를 들고 나타난 고수. 그동안 그에게 일어난 작지만 큰 변화를 따라가봤다.

배우 고수<br>연합뉴스
‘한 박자 천천히.’

청춘스타 고수(26)를 보면 여유와 느림의 미덕을 강조한 한 커피 CF의 카피가 생각난다.

느릿한 말투, 한 땀 한 땀 작품 이력을 늘려가는 행보 등 그의 이모저모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속도전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신인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고수는 말주변이 없다. 재기발랄하게 자기를 드러낼 줄 모른다. 시선을 밑으로 깐 채 생각을 곱씹었다가 수줍게 몇 마디를 툭 던질 뿐이다.

‘요즘 애들’ 같지 않은 면모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순수청년’, ‘바른생활 사나이’ 등 또래 스타에 비해 다소 고전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데뷔 6년째인 그는 연기자로도 똑같은 보폭과 속도를 유지해왔다. 시트콤,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으로 계단을 하나씩 밟아올라갔다. 드라마의 성패와 상관없이 한 작품을 끝내면 ‘잠수’를 탔다가 다시 수면에 오르기를 반복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STV 드라마 ‘요조숙녀’를 끝낸 뒤 고수는 좀 길다 싶게 잠잠했다.

장윤현 감독의 신작 ‘썸’(씨앤필름 제작·10월15일 개봉)을 촬영 중이라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구체적인 내용이 베일에 가려진 채 비공개로 촬영돼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1년 만에 첫 영화를 들고 나타난 고수. 그동안 그에게 일어난 작지만 큰 변화를 따라가봤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자신있다.

‘썸’은 100억원대 마약탈취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일을 다룬 미스터리 액션영화다. 고수는 강력계 형사 ‘강성주’역을 맡았다. 강성주는 수사에 나섰다가 용의자의 친구인 여성 리포터(송지효)를 만나고, 그의 ‘데자뷔(dejavu·처음인데 이미 본 것 같은 느낌)’를 통해 자신이 24시간 후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을 안다. 운명과 한판 ‘맞장’을 떠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내용과 구성이 독특한 작품이라고 알려진 이 영화는 젊은 연기자의 스크린 데뷔작으로는 결코 만만하거나 말랑말랑한 과제가 아니었다.

‘접속’과 ‘텔미썸딩’을 만든 장윤현 감독이 고수라는 탤런트를 낙점한 것도, 탤런트 고수가 이 작품으로 영화배우 타이틀에 도전장을 낸 것도 어쩌면 모험이었다.

일단 장윤현 감독은 후회가 없는 듯하다. ‘제2의 한석규’라고 고수를 치켜세우며 기특해하고, 또 든든해하고 있다.

영화 속 24시간을 위해 무려 5000시간(7개월) 넘게 투자한 고수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자기 몫이 아니라면서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가’만 담백하게 얘기했다.

그는 평소 다른 사람을 잘 웃기지는 못하지만, 타인의 재미난 얘기에는 곧잘 웃곤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위해 웃음을 줄였고, 촬영장 안팎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죽음과 맞서는 남자의 예민함과 피곤함을 표현하기 위해 눈빛의 순한 기운을 걷어내려고 애썼다.

스스로 ‘고독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촬영장에서 스태프 등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고수지만 이번에는 없던 말수를 더 줄이는 바람에 주변을 잘 돌보지 못했다. 짬짬이 감독한테 ‘멋져요’, ‘좋아요’ 따위의 지극히 단순한 응원의 말만 던졌을 뿐이라며 멋쩍어했다.

촬영이 없을 때에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도록 집 근처에서 달리기를 하며 잠시나마 온몸을 옥죄는 긴장감을 풀었다. 세간의 시선에서 떨어져 장기전을 치르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혼자서 오래 달리는 것에는 원래 자신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젠 여드름이 안 난다

인터뷰 때 고수는 깔끔한 머리모양으로 등장했다. 오는 30일 첫 방송을 타는 STV ‘남자가 사랑할 때’(최윤석 연출)의 배역에 맞춰 새로 단장한 스타일이다.

‘썸’에서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한껏 머리카락을 부풀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던 그는 어느샌가 단정하고 풋풋한 청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1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말을 건네자 “달라진 게 있다”며 피식 웃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마에 여드름이 울긋불긋 솟아 고생했는데 이젠 여드름이 나지 않는다”고 소박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소년 같던 고수에게서 어엿한 ‘남자의 향기’가 난다.

‘어른’이 된 그는 어떤 사랑을 꿈꿀까. “사랑은 운명인 것 같다. (잠시 침묵한 뒤)그런데 지금은 일이 나한테 중요한 시기다. 일하는 게 좋다. 일과 사랑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지만 아무튼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없다”며 사적인 경계에 놓인 사랑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는 누구와든 진득하고 묵묵한 사랑을 할 것 같다는 예감을 풍겼다.

고수는 연기자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인간으로는 변하지 않은 채 깊어지고 있는, 그런 남자였다.

조재원기자 j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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