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개봉하는 영화 ‘캐시트럭’은 현금 수송 차량을 노린 무장 강도들에 아들을 잃은 H(스테이섬 분)가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회사에 위장 취업해 벌이는 복수극을 그린다. H는 첫 임무부터 백발백중 사격 실력을 자랑하며 단숨에 회사 에이스로 급부상한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거대 폭력조직 보스였다. 조직원을 동원해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하자 직접 뛰어들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H의 정체를 드러내고, 수송 중인 현금을 탈취한 이들과 조력자의 정체를 서서히 풀어낸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인물들의 성격을 섬세하게 그렸다. H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선한 이인지 악인인지 알 수 없지만, 차츰차츰 정체가 밝혀진다. 현금 수송 차량을 털기 위한 잘 짜인 계획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군더더기 장면 없이 극에 관한 몰입도를 높인 탁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앞서 리치 감독은 영화 ‘알라딘’(2019)으로 국내 12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외화 흥행 순위 8위의 기록을 세웠다. 첫 장편 연출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9)에서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셜록 홈즈’(2009) 시리즈 등으로 액션도 탁월한 감독으로 입지를 넓혀 왔다.
리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H를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담고자 1차 리허설을 한 뒤 배우와 논의하며 디테일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섬은 이전 작품인 ‘분노의 질주: 홉스&쇼’(2019)에서 드웨인 존슨과 콤비로 등장해 허당 매력을 선보이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원제 ‘분노의 남자’(Wrath of Man)에서도 알 수 있듯,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이다. 무표정으로 몇 마디 대사 없이 극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는다.
몸을 쓰는 액션이 아닌 총기 액션 위주로,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여 묵직한 느낌을 준다. H의 아들을 죽인 강도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거침없는 총격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무장 강도들이 정신없이 퍼붓는 총알 세례가 시원하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긴장감도 막바지에 폭발한다.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지만, 그동안 이야기로 인물의 성격을 쌓아온 덕에 납득하며 몰입할 수 있다. 극 중간에 으르렁거리는 현악기의 배경음악이 긴장감을 한껏 유발한다. 킬링타임용 영화로선 풍부한 즐길 거리를 빠짐없이 갖췄다. 청소년 관람불가. 119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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