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 오염됐다” 딸 살해 파키스탄 부부 유죄

“서양문화 오염됐다” 딸 살해 파키스탄 부부 유죄

입력 2012-08-04 00:00
업데이트 2012-08-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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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10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파키스탄 출신 부부가 영국 법정에서 3일(현지시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잉글랜드 북서부 체셔주(州)에 있는 체스터 크라운 법원은 이날 파키스탄 태생인 이프티카르 아흐메드(52)와 부인 파르자나(49) 부부에 대해 지난 2003년 당시 17세이던 딸 샤필리아를 질식사하게 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AP에 따르면 로데릭 에번스 판사는 “샤필리아는 두 개의 문화 사이에서 질식당했다”면서 아흐메드 부부에게 종신형을 선고하고 최소한 25년을 복역하도록 했다.

원래 사촌 간이었던 아흐메드 부부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 데는 샤필리아의 여동생 알레샤의 법정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알레샤는 배심원들에게 어머니인 파르자나가 다른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언니의 입 안에 강제로 비닐봉지를 밀어넣으며 “그냥 여기서 끝장내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배심원의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아흐메드는 무표정하게 서있었고, 부인 파르자나는 화장지로 눈물을 훔쳤으며, 남은 자녀 3명도 눈물을 흘렸다고 AFP는 전했다.

샤필리아는 2003년 9월 체스터 인근 워링턴에 있는 집에서 실종된 지 5개월 만에 잉글랜드 북부 컴브리아주(州)의 강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에 따르면 아흐메드 부부는 딸이 얼굴과 손톱에 화장을 하고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남자들과 대화를 하는 등 서양 문화에 물들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명예살인을 저질렀다.

재판 과정에서 샤필리아는 부모의 상습적인 폭행과 강제결혼 시도를 견디다 못해 2003년 1월과 2월 가출해 지방당국에 긴급보호를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포기를 모르던 아흐메드는 딸을 거리에서 강제로 납치해 마취제를 먹인 뒤 파키스탄으로 보내 결혼을 시키려 했고, 샤필리아는 세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한 끝에 같은 해 5월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끝내 부모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샤필리아는 지방 사회보호 당국에 보낸 편지에서 15살부터 일상적인 가정폭력을 당해왔다며 “부모 한 명이 나를 때리는 동안 다른 부모가 나를 붙잡고 있곤 했다”며 “나는 대학에 갈 수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었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샤필리아는 또 자신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는 주된 이유는 “부모들이 나를 파키스탄으로 보내 누군가와 결혼시키려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택시 운전사인 아흐메드는 법정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의 부인 파르자나 역시 살인 혐의를 부인하면서 남편이 딸을 때리는 것을 목격했고, 남편이 죽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약 25명의 여성이 가족과 친인척들에 의한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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