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지적 능력 위축시켜”<국제연구진>

“가난이 지적 능력 위축시켜”<국제연구진>

입력 2013-09-02 00:00
수정 2013-09-0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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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 몰리면 IQ 13점 떨어져

가난은 사람의 인지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다른 문제를 생각할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최신 연구가 나왔다고 BBC 뉴스와 사이언스 데일리가 1일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과학자들은 인도와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를 통해 사람이 가난하다 보면 판단력이 떨어져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실수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이것이 다시 경제난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돈 걱정에 몰린 빈곤층의 인지 기능은 IQ가 13점 낮아진 것과 같은 수준, 즉 밤새 한 잠도 못 잔 것처럼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등의 불을 끄느라’ 당장 생계와 관련이 적지만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 줄 교육이나 직업 훈련, 시간 관리 같은 복잡한 문제에 집중할 ‘정신적 여유’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전에도 가난과 판단 오류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온 적이 있었지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기 어려운 두 현상의 상관관계가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는 ‘끈질긴 가난’의 원인을 밝히려는 독특한 관점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인도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농사 주기와 관련돼 일어나는 자연적인 재정 사이클을 주목했다.

소득의 60% 이상을 사탕수수 농사에 의존하는 농민들은 보통 이 사이클에서 세 단계를 거치는데 하나는 작물을 키우기 위해 돈을 빌린 수확 전의 극빈 단계, 두번째는 수확은 했지만 돈을 받지 못해 빈곤이 최악에 달한 상태, 세번째는 돈을 받은 뒤의 단계이다.

연구진은 각 단계에서 농민 464명의 인지능력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인지 능력이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사탕수수 농민이 돈을 가졌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비교한 결과 돈을 가졌을 때 IQ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영양 상태나 건강, 신체 피로, 기타 가정의 의무 같은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배제됐고 스트레스 관련 요인이 미치는 영향도 제한했지만 혈압과 심박수 등 생체지표는 측정됐다.

연구진은 가난이 지적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스트레스와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스는 다양한 외적 압력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가리키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 기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이런 현상이 인도의 사탕수수 농민에서만 일어나는 것인지 보기 위해 미국에서도 대조군을 상대로 같은 연구를 실시했다.

이들은 부유한 집단과 가난한 집단을 대상으로 어렵고 쉬운 가상의 문제를 이용해 피실험자들이 자신의 재정 상태를 생각하도록 유발한 뒤 비언어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쉬운 조건에서는 부자나 빈자나 시험 성적에 별 차이가 없었지만 어려운 조건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성적이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가난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돈 걱정을 하고 이런 문제에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다른 문제에 쏟을 정신적 여유가 없어진다”면서 이들이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며 빈곤층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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