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 “아사드에 시간 벌어주고 행정부·美입지 좁아져” 비판
시리아 군사개입에 앞서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택에 대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부정적인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FP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선임에디터인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FP 홈페이지에 게재한 ‘도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로스코프는 이번 일을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내린 가장 심오하고 중대한 결정 중 하나”라고 평하면서 5가지 ‘중대한 결과’가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시리아 내전의 향방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국내정치상 입지, 미국의 국제적 위상 모두에 그다지 좋은 결과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로스코프는 첫째로 의회 승인 절차 과정에서 시간을 끌면 “시리아를 공격한다 해도 확실한 결과를 담보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행정부가 의회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에 전열을 정비할 시간만 2∼3주 벌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그은 금지선(red line)도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그는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간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선’으로 설정하고 개입을 경고해 왔다.
그는 “앞으로 대통령이 하는 어떤 경고에든 ‘의회가 찬성해 준다면’ 행동하겠다는 단서가 따라붙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스스로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맨 모양새가 됐다고 로스코프는 지적했다.
국내정치상으로도 행정부 권한을 후퇴시키는 선례를 남겼다는 얘기다.
로스코프는 “대통령은 잔여 임기 동안 언제든 의회의 승인을 구하지 않고 군사행동을 개시하기가 아주 어려워졌다”며 “대통령의 전쟁권한의 본질에 관한 지난 수십 년간의 선례를 뒤집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으로 승인 권한을 넘겨받게 될 의회에 대해서도 로스코프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은 미국 현대사상 가장 분열적이고, 이성적 토론 및 행동이 불가능하고,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의회에 외교정책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지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회의 양 극단 세력은 개입을 꺼리고, 매파는 지나치게 제한된 개입을 내켜 하지 않고, 공화당 의원 다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뭐든 피하려 한다”며 반대표가 나올 여지가 상당하다고 시사했다.
나아가 5번째로 이번 결정은 국제사회 내 미국의 입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로스코프는 주장했다. 이런 결과는 궁극적으로 오는 2016년 대선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미국이 행동에 나설 여지가 줄어들면, 미국을 도발하기를 두려워했던 이들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자신들의 셈에 이를 포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어느 때보다도 반(反)개입주의적으로 비쳐 2016년 대선에도 중대한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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