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검찰 ‘장고 중’…범죄인인도조약 적용 어려울 듯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지난 7월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청이 사건자료 일체를 연방검찰에 넘긴 지 40여일이 지났지만 이후의 수사 진행상황은 그야말로 ‘감감무소식’이다.
미국 사법당국의 동향을 주시하는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도 “현재로서는 경찰이 검찰의 기소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로 안다”며 “언제 어떤 식으로 수사가 전개될지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검찰도 수사진행 상황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미국 연방검찰은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해 기소를 할지, 말 지에 대해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이다.
워싱턴DC 경찰로서는 검찰의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을 경우 수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따라서 검찰이 기소의견을 내기 전까지는 경찰 수사가 ‘보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의견을 낸다면 경찰은 수사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피의자에 해당하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윤 전대변인에게 적용될 범죄혐의의 경중이다. 미국 검찰이 기소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경범죄(misdemeanor)와 중죄(felony) 가운데 어떤 죄목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사건 처리방향과 우리 사법당국의 개입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워싱턴 소식통들은 윤 전대변인에게 경범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경범죄가 적용될 경우 현실적으로 수사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범죄는 6개월 이하의 자유형에 해당돼 현재 한국에 있는 윤 전대변인의 신병인도를 추진할 수 있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조약 제2조는 1년 이상의 자유형 또는 그 이상의 중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한해 인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체포영장을 신청하더라도 윤 전대변인이 이에 응하지 않고 한국에 계속 머물 경우 강제로 구인할 방법이 없다.
윤 전대변인이 미국으로 건너와 스스로 워싱턴 경찰에 출두하지 않은 이상 수사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7일(현지시간) “윤 전 대변인이 스스로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 사법체계에 비춰볼 때 일종의 ‘기소중지’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 경범죄의 공소시효는 사건발생일(5월7일)부터 3년에 불과해 2016년 5월7일이 되면 사건은 자동 종료된다.
일각에서는 한미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라 미국 경찰이 한국 경찰의 협조를 얻어 직접 수사에 나서거나 한국 경찰에 위탁조사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양국간 사이에 벌어지는 경죄가 무수히 많은데, 유독 이번 사건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해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은 미국 연방검찰이 왜 이번 사건의 기소여부를 신속히 결정하지 않고 질질 끌고 있느냐이다. 인구가 많은 워싱턴DC 지역의 특성상 검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워낙 많아 물리적으로 처리속도가 느리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번 사건이 미칠 정치·외교적 영향을 의식해 ‘장고’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공식적인 시한은 없지만 연방검찰이 마냥 검토만 하고 있겠느냐”며 “이달 중에는 검찰이 기소의견을 내고 경찰이 체포영장 신청수순에 들어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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