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여사, ‘레이건 암살 공포’에 평생 시달렸다”

“낸시 여사, ‘레이건 암살 공포’에 평생 시달렸다”

입력 2016-03-12 10:04
수정 2016-03-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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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저격’ 이후 변화…일정ㆍ안전에 직접 개입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가 1981년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 이후 ‘암살 공포 트라우마’에서 평생 시달렸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특히 이 같은 암살 공포 트라우마는 낸시 여사가 저격 사건 이후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일정과 안전을 점성술사에게 의지하고 백악관의 막후 실력자로 나선 계기가 됐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6일 94세로 타계한 낸시 여사는 1981년 3월 30일 레이건 대통령의 저격 사건 이후 남편의 경호와 일정에 대해 과도하게 간섭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당시 백악관 참모들은 전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측근이면서 전기를 썼던 크레이그 셜리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이후 낸시 여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마이클 디버 전 비서실 차장은 “낸시 여사는 레이건 전 대통령 저격 사실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가 내게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 그가 내가 여기 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낸시 여사에게 “여보, 피하는 것을 까먹었어”(Honey, I forgot to duck)라고 농담을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말은 미국의 유명한 복서 잭 뎀프시가 1926년 진 터니에게 패한 후 자신의 아내에게 한 유머를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낸시 여사는 레이건 대통령이 입원 13일 동안 한시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영부인으로서 대통령의 치료에 직접 개입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수술을 집도한 데이비드 겐스 박사는 “낸시 여사는 터프했다”라면서 “그녀는 우리를 한시도 쉬게 하지 않았다. 남편의 부상에 꼬치꼬치 캐물었는데 그 지식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낸시 여사는 1992년 자서전을 통해 “(암살 공포를 떠안고) 어떻게 백악관 생활 8년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매일 밤 남편은 자고 있었지만 나는 제대로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낸시 여사가 점성술인 조앤 퀴글리에게 의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낸시 여사에게 퀴글리는 심리치료사이자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낸시 여사는 백악관 참모들의 불만에도 퀴글리에게 레이건 대통령의 일정과 안전 문제를 의지했다. 그녀는 퀴글리와의 관계가 일반에 알려지자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건 대통령의 전기를 쓴 역사가 루 캐넌은 “백악관 참모들은 낸시 여사가 저격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녀에게는 강한 정신적 트라우마였다”고 말했다.

그는 “낸시 여사가 점성술사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은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을 거의 잃어버릴 뻔했지 않느냐”고 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켄 카시지안은 “낸시 여사는 남편과 안전한 장소에 있을 때만 안심했다”면서 “그녀가 가장 선호한 곳은 캠프 데이비드와 대통령 전용기, 그들의 목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들은 경호와 보안이 완벽한 곳이었다”면서 “낸시 여사는 경호와 보안이 완벽한 곳에 표정이 밝아지고 활기를 띠었다”고 했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9년 퇴임한 이후에도 낸시 여사의 ‘암살 공포 트라우마’는 씻기지 않았다. 그녀는 가끔 자신들의 거주지 안전을 점검하고 경호원들에게 위협 가능성을 자주 물어봤다고 한다.

1992∼1994년까지 레이건 대통령의 경호를 맡았던 스테픈 콜로는 “낸시 여사는 안전 문제에 예민했다”면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차에서 내릴 때마다 안절부절못했다”고 밝혔다.

레이건 대통령 저격 당시 그를 업고 병원으로 달린 경호원 팀 맥카시는 “낸시 여사는 늘 내게 ‘나는 항상 그날의 공포를 기억한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낸시 여사는 숨질 때까지 그날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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