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김정은 정권 전방위 돈줄 차단…중국과 금융거래가 ‘타깃’

美, 김정은 정권 전방위 돈줄 차단…중국과 금융거래가 ‘타깃’

입력 2016-06-02 08:15
수정 2016-06-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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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北정권 떨게한 ‘BDA 금융제재 효과’ 재현될지 주목

제3국 금융기관 北 실명·차명계좌 유지시 미국 금융시장서 ‘퇴출’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시간) 북한을 최초로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북한정권을 떨게 했던 2005년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식 금융제재를 재현해,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겠다는 목표가 깔려 있다.

국제사회의 잇단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 정권으로 자금이 들어가는 루트를 봉쇄해 숨통을 더욱 옥죄는 구체적 수순에 착수한 것이다.

특히 미 재무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리수용 북한 노동앙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과 면담해 관계개선을 모색한 당일 이 조치를 전격 발표함으로써 중국의 대북 제재에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히 경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사실상 중국-북한 금융거래 겨냥한 조치 = 북한에 대한 미 재무부의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지난 2월18일 발표된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법안(H.R 757)의 후속조치다.

미 정부는 이 법을 시행하면서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180일 이내에 애국법 311조에 따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할 필요를 검토하게 했다. 그러자 재무부는 시한을 크게 당긴 104일 만인 이날 전격으로 조치를 취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미국 금융기관이 북한의 금융기관과의 계좌를 개설 또는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북한 금융기관을 위한 거래에서 미국 금융기관의 계좌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북한을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더욱 고립되도록 하는 특별한 규정을 공고했다”고 밝혔다.

이 취지에 따르면 앞으로 북한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미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되며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의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미 재무부는 조사를 통해 제3국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실명 또는 차명 계좌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역시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60일간의 예고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이 조치는 사실상 북한의 후원국이자 금융거래가 가장 활발한 중국의 금융기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달러화와 물품의 유입을 차단하는 내용의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중국 주요 금융기관들의 북한과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타격이 적은 소규모 중국 은행들은 여전히 북한과의 금융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에 따라 상당수 중국의 금융기관들은 북한과의 거래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금융시스템에 남을 것인지를 택일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애덤 수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이날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라면서 “다른 나라의 모든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 2005년 BDA제재 능가하는 對北 타격 가능할까 = 미 정부는 이날 조치를 통해 2005년 9월 BDA식 금융제재를 능가하는 폭넓고 강력한 타격을 북한에 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미 재무부는 마카오의 작은 은행인 BDA가 북한 위조지폐의 제작과 유통에 이용된 혐의를 포착하고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미국과의 거래 차단을 우려한 각 금융기관이 스스로 BDA와 거래를 끊거나 예금주들이 앞다퉈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했으며 김정일의 통치자금 2천500만 달러가 동결돼 북한 정권은 큰 타격을 입었다.

단순히 제3국에 소재한 하나의 금융기관이 아닌 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치는 외견상 BDA식 제재를 훨씬 넘어서는 강력하고 광범위한 파급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커스 놀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AP에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면 미국 금융당국에 의해 조사를 받은 뒤 미국 금융시장에서 퇴출된다”며 “기본적으로 모든 당사자가 감시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 당국은 제3국의 금융기관이 사실상 북한과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일종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로써 북한이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돈줄 차단’은 중국 등지의 외국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세탁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결국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하는 북한 정권의 존립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북한이 BDA 제재 이후 대부분의 계좌를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 차명으로 숨겨놓고 금융결제도 소액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조치가 이행되더라도 실제 북한 정권이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특히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 금융기관이 실제 보복을 받게되면 미국과 중국 관계가 더욱 험악해질 수 있는 점도 큰 변수로 꼽힌다.

◇ 북-중 관계개선 모색 당일 전격 발표…“대북 제재 흔들림 없다” 경고 = 이 조치는 공교롭게도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인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만나 양국 관계복원을 모색한 당일 이뤄졌다.

재무부의 이날 조치는 예정된 이벤트라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의 해결 없는 섣부른 북·중 관계개선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발표 날짜를 택일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AP통신은 “국제사회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진행해왔다”며 “그러나 중국에서는 시 주석이 북한의 고위 특사를 이날 만났으며 이는 양국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명백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주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북핵 이슈는 물론 이날 재무부의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문제가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화의 자리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모두 참석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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