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 백악관 작동 방식을 바꿨다”

NYT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 백악관 작동 방식을 바꿨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11-03 21:51
업데이트 2019-11-0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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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244’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 손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244’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 손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취임 후 트윗 1만 1000여건 중 절반이 비난

‘트위터 마니아’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는 미국과 세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2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초 백악관 집무실에서 벌어진 일화를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2017년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좌진과 언쟁을 벌이다 짜증을 내며 서랍에서 아이폰을 꺼내 들었다.

책상 위에 던지듯 전화기를 내려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금 바로 결정을 내리길 원하느냐”면서 더 이상 논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당장이라도 트위터를 통해 본인의 결정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일인 2017년 1월 20일부터 올해 10월 15일까지 무려 1만 1390건의 트윗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가 미국 정부의 작동 구조의 일부가 됐고, 대통령의 역할과 그가 행사하는 권력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고 NYT는 평가했다.

그 기간 핵심 관료 20여명의 교체를 알리고 일부는 트윗을 통해 직접 파면하는 등 트위터가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인사부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언론 정례 브리핑을 중단한 채 트위터를 통해 주요 사안을 발표하거나 입장을 전달하고 있으며, 다루기 힘든 관료에게 창피를 주는 등 휘하 당국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불법 이민을 막지 않는다는 이유로 멕시코와의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트윗을 올리면서 그 직후 백악관에선 비상 회의가 소집되는 등 일대 혼란이 초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엔 국경 폐쇄를 보류했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부 내에 반 이민 강경 기조가 확고히 자리잡게 하는 결과를 불러 왔다.

확실히 결정된 사항만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이전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이처럼 새로운 정책의 시작점인 경우가 많다고 NYT는 지적했다.

피터 킹 공화당 하원의원은 “갑자기 트윗이 나오고, 모든 게 뒤집힌다”면서 “이 사람은 혼란을 즐긴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는 대규모 전파를 위한 궁극의 무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진이 없는 오전 6시에서 10시 사이에 트윗을 올린다. 실제 이 시간대에 올려지는 글이 전체의 거의 절반에 달하며, 그런 탓에 오전 일찍 백악관에서 진행되는 회의는 의제가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 이후에는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 국장이 트위터 계정 관리를 맡는다.

그 이유도 트위터 계정 보안을 위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서 안경을 쓴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해 다른 사람들 앞에선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캐비노 국장은 백악관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을 제한하려 시도해 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017년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리는 글을 15분 뒤 공개되도록 트위터에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을 올리기 전 보좌진이 미리 내용을 보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불과 며칠 만에 무산됐고, 2018년 중순에는 백악관 당국자들이 이틀만 트위터 사용을 하지 말아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6600만명이 팔로우하는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일종의 사설 여론조사기관처럼 여긴다.

트윗에 달린 ‘좋아요’의 수를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근거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보좌진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시리아에서 미군 일부를 철수한다는 결정을 발표해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스캐비노 국장을 통해 해당 결정에 대한 소셜미디어에서의 긍정적 반응을 상·하원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NYT가 미국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워 중 선거권을 지닌 미국 시민은 1100만명으로 전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좋아요’를 많이 받은 트윗일수록 미국 일반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트위터 활용 능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미군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우두머리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처단했을 때에도 “그들(IS)은 세계의 그 누구보다도 인터넷을 잘 쓴다.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하고 하는 말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내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놓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상반기에만 500여건의 트윗을 올리는 등 더욱 트위터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NYT는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에게 우호적인 소셜미디어에 안주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과거에도 트위터를 음모론과 거짓 정보, 극단적 콘텐츠 등을 퍼뜨려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는 데 활용한 적이 있다.

NYT 분석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의 절반이 넘는 5889건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글이었다.

취임 후 사흘째부터 시작된 공격의 주된 타깃은 야당인 민주당과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결탁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류 언론 매체 등으로 무려 630여곳에 이르렀다.

그런 부작용에도 백악관 보좌진들은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이 ‘보통 사람들’을 이해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위터를 통한 소통이 “정보의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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