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곤 前회장 ‘악기 케이스’ 탈출
170㎝ 곤, 180㎝ 콘트라베이스 통에 숨어터키서 부인 만나 자가용 비행기 바꿔 타
레바논 출신 캐럴 기획… 민병대 접촉설도
日, 레바논과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 안돼
일본 경찰과 폐쇄회로(CC)TV의 감시를 받는 곤 전 회장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도쿄 자택에서 디너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 조지아 음악 그룹으로 위장한 전직 특수군 한 팀이 들어와 공연했다. 디너 파티가 끝날 무렵, 신장이 170㎝인 곤 전 회장은 길이 180㎝의 콘트라베이스 케이스에 들어가 숨었다. 공연팀은 장비를 모두 철수해 차량에 싣고 도쿄에서 차로 6시간 거리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민간 항공기의 위치를 추적하는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에 따르면 공연팀이 탄 장거리용 자가용 비행기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10분쯤 간사이 공항 출발,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국제공항으로 날아갔다.
이스탄불에서 곤 전 회장은 7개월간 만나지 못했던 부인 캐럴(오른쪽·52)을 만났다. 이들은 터키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바꿔 탔고, 곤 전 회장은 31일 오전 4시 16분 레바논 베이루트 라피크하리리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프랑스·레바논·브라질 여권을 일본 당국에 빼앗긴 곤 전 회장은 레바논 입국 당시 다른 이름의 프랑스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서 연휴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의 친구이자 레바논 TV 사회자인 리카르도 카람은 “그는 집에 와 있다.”며 곤 전 회장의 레바논 도착을 확인해 줬다.
영화 같은 치밀한 탈출극은 레바논 출신인 부인 캐럴이 레바논에 있는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기획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남편 곤 전 회장의 무죄와 석방을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던 캐럴이 레바논 민병대와 접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일본 검찰은 외교경로를 통해 레바논에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지만, 레바논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본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요청이 오더라도 응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1-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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