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시위 33주년, 없는 듯 조용
희생자 기렸던 홍콩도 추모 막아
블링컨 “인권·자유 외침 기억할 것”
대만 총통도 “난폭함으로 못 지워”
홍콩 내 美·유럽 공관들 촛불 저항
영국선 탱크 퍼포먼스
‘6·4 톈안먼 민주화시위’(톈안먼 사태) 33주년을 맞은 지난 4일 수많은 나라에서 추모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날 영국 런던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골판지로 만든 탱크로 중국에 대한 항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1989년 6월 베이징 지도부가 탱크로 학생과 지식인을 무참히 짓밟은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미국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서울, 호주 시드니,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33주년 집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런던 EPA 연합뉴스
런던 EPA 연합뉴스
미국이 “홍콩과 신장, 티베트 주민의 인권침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가운데 베이징은 톈안먼 사태 33주년에도 깊은 침묵을 지켰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톈안먼 사태 희생자 가족들의 진상조사 요구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중국 사회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기에 과오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본토에서는 ‘톈안먼 사태’가 금기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중국판 네이버’ 바이두에서 1989년 6월 4일을 살피면 “이란 2대 최고지도자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3)가 선출됐다” 정도만 나온다. ‘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위챗)은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키는 ‘89위안’, ‘64위안’ 송금을 일시 차단했고,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와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도 사용자의 닉네임 변경을 잠시 중단했다.
홍콩은 시위자 체포
4일 밤 홍콩 야당 사회민주연선의 한 당원이 코즈웨이베이에서 민주화 시위를 상징하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톈안먼 사태 추도 행사를 열려다가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는 모습.
홍콩 AFP 연합뉴스
홍콩 AFP 연합뉴스
미국과 대만은 중국을 비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일 성명을 통해 “용감한 개인들의 노력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인권과 자유를 위해 일어섰던 사람들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페이스북에서 “홍콩에서 톈안먼 사태 관련 집회가 전면 불허됐다. 우리는 이런 난폭한 수단으로 사람들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캐나다 등 홍콩 내 공관들은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사무실에 촛불을 켜 당국에 저항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2022-06-06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