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부터 한국 내부서 잼버리 폭염·태풍 경고…짓겠다던 숲 어디에” (WP)

“7년전부터 한국 내부서 잼버리 폭염·태풍 경고…짓겠다던 숲 어디에” (WP)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8-10 12:06
업데이트 2023-08-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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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최되기 수년 전 폭염과 태풍에 대한 경고가 주최 측 내부에서 나왔지만, 대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적신호를 무시하고 한국이 스카우트 잼버리를 어쨌든 강행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최 측의 보고서들을 살펴본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WP는 이미 2016년부터 극한 기상이 예측돼 사전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한국 관계자들이 대비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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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가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8.8. 도준석 기자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가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8.8. 도준석 기자
“잼버리 기간 폭염,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 가능성”
“철저한 재난 예방 및 대응 준비 중…녹색 숲 짓겠다”

2016∼2018년 타당성 조사를 포함한 보고서 3건에서 폭염과 태풍은 북한의 군사 도발과 함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꼽혔다.

2016년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2018년 보고서에는 “8월 행사가 36도 폭염과 태풍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혔다.

다만 보고서에는 “철저한 재난 예방 및 대응이 준비 중”이며, 5년 뒤인 2023년까지 행사장에 ‘울창한 녹색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지난주 참가자들이 도착했을 때 녹지는 없었고,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W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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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물 웅덩이 위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는 사진을 게시했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jamboree2023.be 캡처
지난 1일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물 웅덩이 위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는 사진을 게시했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jamboree2023.be 캡처
녹색 숲 어디에? “갯벌 매립지 염분, 나무 못 심어”
“투수성 낮은 매립지…침수 대비 배수 설계도 미비”

매체는 “갯벌을 매립해 만든 행사장 상황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당초 계획과 거리가 멀었다. 주최 측의 나무 심기 계획은 염분이 높은 매립지 조건 때문에 무산됐고, 야영지는 7월의 폭우로 모기가 들끓는 늪으로 변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난안전 전문가’ 송창영 광주대 대학원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새만금 간척지 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야영장의 여러 문제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이어 “매립된 해안 지대의 낮은 투수성을 감안, 침수에 대비해 배수 설계를 넉넉히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잼버리 관계자는 WP에 “보고서와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무더위 대책의 필요성을 경고받았고 그늘막 설치와 나무 식재 계획도 있었지만 우리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행사를 앞두고 필요한 예산 승인을 포함한 준비 과정에도 지연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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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부채질을 하고 있다. 2023.8.2 부안 오장환 기자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부채질을 하고 있다. 2023.8.2 부안 오장환 기자
자연재난 위기대응 행동매뉴얼은 무용지물
“매뉴얼 대로 하면 활동 중단, 다 어디로 보내냐”

매체는 잼버리 첫날인 1일 한국 정부는 4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는데, 잼버리 조직위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조직위가 기상경보를 기준으로 삼은 재난 지침을 마련해놓고 자체 판단을 근거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새만금 세계 잼버리 조직위 안전관리본부는 자연재난 발생시 주의-경계-심각 3단계 체계로 대응하는‘ 자연재난 위기대응 행동매뉴얼’을 갖추고 있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태풍이나 호우, 폭염 등 경보시 상황실 판단에 따라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상황을 전파해 전면 대피를 실시해야 한다.

당시 부안 지역에는 잼버리 개막 5일 전인 지난 28일부터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매뉴얼대로면 조직위는 긴급 지원이나 대피로 이어질 수 있는 폭염 경고 지정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잼버리 조직위는 대응 체계를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 단계로 유지했다. 폭염주의보 때 내려질 수 있는 전면 대피 전 단계인 ‘경계’ 단계도 발령하지 않았다.

‘매뉴얼 무용론’이 제기된 이유다.

WP가 인용한 전주MBC 보도에 의하면 조직위는 무슨 근거로 가장 낮은 수준의 대응 단계를 유지했느냐는 질문에 “매뉴얼 대로 하면 모든 활동이 중단된다. 이 많은 학생의 활동이 중단되면 어디에 있어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폭염과 태풍 등 기상상황 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잼버리는 결국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했고,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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