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의도 3배’ 면적 잿더미…복구비용 7조원 추정

하와이 ‘여의도 3배’ 면적 잿더미…복구비용 7조원 추정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8-13 07:32
업데이트 2023-08-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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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80명, 이재민 4500명 추산
피해건물 2700여채 중 86%가 주택
불길 재확산 위험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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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산불 현장. 2023.8.11 하와이 국토자원부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산불 현장. 2023.8.11 하와이 국토자원부
‘지상 낙원’으로 불리던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12일(현지시간) 닷새째 대형 산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나흘간 불에 탄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약 3배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마우이 카운티가 처음으로 공개한 태평양재해센터(PDC)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산불 피해 조사 내용에 따르면, 전날인 11일 기준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면적은 총 2170에이커(8.78㎢)로 추산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수치는 주요 피해지역인 서부 해변 라하이나만 평가한 것으로, 섬 내에서 산불이 진행 중인 다른 2곳을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라하이나에서 불에 타 파손되거나 전소된 건물은 총 2207채다. 화재 영향이 있는 건물은 2719채로, 그중 86%가 주택이었다. 나머지의 9%는 상업용, 2.4%는 교육용, 1.1%는 산업용 등이었다.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한 이 지역의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55억 2000만달러(약 7조 3500억원)로 추산됐다.

집을 잃고 다른 곳으로 대피한 인원은 450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라하이나에 거주한 인구가 1만 2702명(미 인구조사국 2020년 통계 기준)이었으며, 이 가운데 가족이나 친지 등의 집에 머무는 이들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이재민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들은 이재민 수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운티 당국은 전날 기준으로 6개 긴급 대피소에 수용된 인원이 1418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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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산불 현장 항공 사진. 2023.8.12 하와이 국토자원부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산불 현장 항공 사진. 2023.8.12 하와이 국토자원부
당국은 아직 실종자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망자 수는 전날 오후 9시 기준 80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애리조나와 네바다주의 시신 수색 전문 인력을 현장에 파견했으며, 탐지견 5마리가 투입돼 수색을 돕고 있다.

진화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라하이나 지역은 85%, 중부 해안인 풀레후·키헤이 지역은 80%, 중부 내륙인 업컨트리 지역은 50% 진압된 것으로 보고됐다. 하루 전보다는 다소 진전된 상황이다.

불길은 어느 정도 잡혀가는 추세지만, 재확산 위험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10분쯤 라하이나에서 북쪽으로 약 7㎞ 떨어진 카아나팔리에서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해 약 2시간 20분 만인 오후 8시 30분쯤 완진됐다.

이 화재는 당국이 주민들의 차량 약 400대에 휘발유(약 1만 1000리터)와 경유(약 1900리터)를 배급하던 장소에서 발생해 이 일대에 있던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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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주 방위군 소속 수색 및 구조 군인들이 산불로 초토화된 마우이섬 라하이나 수색 및 복구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2023.8.10 UPI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주 방위군 소속 수색 및 구조 군인들이 산불로 초토화된 마우이섬 라하이나 수색 및 복구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2023.8.10 UPI 연합뉴스
한편 당국은 화재 발생 이후 약 사흘간 막아놨던 라하이나 주변 도로를 전날 정오 개방해 대피 중인 주민들이 다시 접근하게 허용했으나, 오후에 다시 진입로를 폐쇄했다.

CNN방송은 경찰이 도로 통행을 갑자기 막는 바람에 라하이나로 들어가려던 주민들이 도로가 재개통되기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고 전했다. 해당 도로에 늘어선 차량 행렬은 약 1.6㎞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에서 대기 중이던 한 부부는 “경찰이 집에 못 가게 막았다”며 “우리는 1971년부터 50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았고, 내려가서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허락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불에 탄 라하이나 마을 지역은 바리케이드를 쳐놓은 상태로, 화재 연기에서 나오는 유독성 입자 등의 위험을 고려해 주민들에게 접근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들어갈 때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카운티 교통부는 화재 당시 간신히 탈출해 긴급 대피소에 머무는 이들이 신분증(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을 수 있도록 셔틀버스를 동원해 차량면허국(DMV) 이동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피소에 머무는 관광객들에게는 접근이 통제된 지역의 호텔에 두고 온 소지품을 찾아올 수 있도록 셔틀버스 이동이 지원되고 있다.

라하이나를 포함한 서부 마우이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정전과 단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마우이섬의 4498가구에 전기가 끊겨 있다. 전날 오후까지 정전 가구가 1만여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나아진 상황이다.

당국은 수돗물이 오염된 상태이므로 사용하지 말라고 주민들에게 경고했으며, 통신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므로 통화 대신 문자메시지만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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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산불 현장. 불에 탄 집과 건물이 형태만 남아 있다. 2023.8.11 하와이 국토자원부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산불 현장. 불에 탄 집과 건물이 형태만 남아 있다. 2023.8.11 하와이 국토자원부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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