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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야당 압승…‘참패 충격’ 에르도안 “국민 뜻 존중”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야당 압승…‘참패 충격’ 에르도안 “국민 뜻 존중”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4-04-01 13:58
업데이트 2024-04-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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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앙카라의 AK당 본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튀르키예 지방선거 후 연설을 하는 동안 정의개발당(AK) 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날인 지난달 31일 터키의 제1야당이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승리를 거두며 지방선거에서 심각한 도전자로 부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앙카라에 있는 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당의 ‘전환점’을 인정하고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85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부분 개표 결과, 20년 넘게 정치를 지배해 온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을 제치고 공화인민당(CHP)이 크게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앙카라 AF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앙카라의 AK당 본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튀르키예 지방선거 후 연설을 하는 동안 정의개발당(AK) 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날인 지난달 31일 터키의 제1야당이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승리를 거두며 지방선거에서 심각한 도전자로 부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앙카라에 있는 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당의 ‘전환점’을 인정하고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85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부분 개표 결과, 20년 넘게 정치를 지배해 온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을 제치고 공화인민당(CHP)이 크게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앙카라 AFP 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AKP)이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모두 참패하면서 2002년 집권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이래 가장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대부분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튀르키예 최대 경제도시이자 이번 튀르키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52) 현 이스탄불 시장은 50%의 지지율을 확보해 AKP의 무라트 쿠룸(40%)을 약 10%포인트 격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월요일 새벽까지 투표함 90% 이상이 개표됐고, 공식 결과는 며칠 내로 튀르키예 최고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튀르키예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390명의 시장, 973명의 구청장, 50,336명의 무크타르, 즉 지방정부 수장을 선출하고 지방의회·시의회 의원도 선출했다. 이스탄불의 규모와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많은 관심이 이스탄불에 집중됐다. 약 16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에 걸쳐 있는 이스탄불은 튀르키예 경제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다. 이 대도시에는 약 9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시장이 이사로 임명하는 시립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시장과 그의 측근들은 지지자들에게 시 일자리와 계약으로 보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에서 결선 투표 끝에 재선에 성공하며 ‘21세기 술탄’을 꿈꿨지만, 이번 선거의 압도적 패배로 2028년 차기 대선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위태롭게 됐다. 로이터는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의 분열된 정치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정 이후 승복 연설에서 이번 선거를 ‘전환점’이라고 불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당연히 국민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이번 지방선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튀르키예의 다음 대선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에 예정되어 있지만, 일부 튀르키예인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보다 더 오래 집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헌법이 허용하는 두 번의 대통령 임기 중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가 조기 선거를 요구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다른 임기에 출마하거나 개헌을 시도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이스탄불 시장을 지내면서 오염된 거리와 수로를 청소하고, 상하수도망을 확충하는 등 유서깊은 도시인 이스탄불의 삶의 질 문제에 초점을 맞춘 실용적인 행정 통치로 일약 전국 정치인으로 발돋움했고, 총리와 대통령직에 올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판자들은 그가 정부를 이용해 반체제 인사들을 침묵시키고 사법부를 장악하고 언론을 통제함으로써 튀르키예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투표는 튀르키의 통화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하고 많은 사람들이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과 민생 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원인으로 현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진 점, 이슬람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진 점,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CHP의 세속적 기반을 넘어선 인물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2008년 정계에 입문해 현재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른 그는 “오늘 밤 1600만 명의 이스탄불 시민들이 우리의 경쟁자와 대통령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아나돌루 통신은 집권당인 AKP가 이스탄불, 앙카라를 포함해 5대 도시에서 모두 패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비공식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선거가 진행된 81개 지역 중 36곳에서 CHP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득표율로 보면 CHP가 AKP(36%)보다 1%포인트 앞서는 37%를 기록했다.
최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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