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예산안 타결 때까지 연방공무원 절반 ‘일시해고’
미국 정치권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존폐 문제로 씨름을 벌이다 2014회계연도(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김에 따라 연방 정부가 끝내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상황에 돌입했다.미국이 셧다운 사태로 치달은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이후 17년 만이다.
미국 상·하원이 현지시간으로 30일 오후 12시(한국시간 1일 오후 1시)까지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미국 연방정부의 일부 기능은 1일 오전 0시 이후 정지됐다.
1일부터 개시되는 새 회계연도의 예산을 단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연방 정부 기관은 정치권이 잠정 예산안에 합의할 때까지 200만명의 연방 공무원 가운데 필수 인력을 제외한 80만∼120만명의 직원을 당장 ‘일시해고’해야 한다.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 프로그램도 중단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최근 정부의 일시 폐쇄에 대비해 ‘핵심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각 정부 부처에 보냈다.
이에 따르면 군인, 경찰,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 및 수도 등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필수 인력이고 이들의 업무가 핵심 서비스다.
이들 공무원은 업무는 계속하지만 보수는 예산안이 의결돼야 소급 지급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부 셧다운에도 군인에게 봉급을 제때 지급한다는 것을 보증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또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군의 국가안보 임무 수행과 긴급 상황 대비 태세 유지 등을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필수 인력이 아닌 국방부 민간 직원 등은 봉급이 지급되지 않거나 일시해고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연방정부 기관에 미리 마련된 방침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셧다운을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각 기관은 OMB 및 법무부 안내에 맞춰 정부 폐쇄로 인해 변동되는 사항을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또 반대편에 선 공화당은 한동안 셧다운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나서 셧다운을 조기 종료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의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고 의회를 겨냥하면서도 “의회와 협조해 가능한 한 빨리 정부 문을 다시 열고 공무원들이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셧다운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최근인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1995년 12월 16일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 셧다운 사상 최장 기간인 21일간 정부가 문을 닫기도 했다.
정치권이 열흘간의 핑퐁 게임에 지쳐 있는데다 합의 기미조차 없는 교착 상태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깰 계기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 협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은 셧다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현행 16조7천억 달러인 국가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협상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
이달 17일이면 미국 재무부의 현금 보유고가 바닥나기 때문에 채무 상한을 다시 올리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해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 부채 현안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반면 공화당은 이 문제 또한 오바마케어와 연계한다는 방침이어서 쉽사리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정치권이 예산 공방에서 보였던 것처럼 국가 채무 한도를 재조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대치 일변도의 행태를 보인다면 미국 및 세계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정치권은 2011년에도 국가 부채 재조정에 난항을 겪었고 국제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깎아버렸다.
당시 등급을 강등하지 않았던 무디스와 피치는 이번에도 채무 한도 조정에 실패하면 등급을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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