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韓 기지국 시장 진출에 “정보 유출 가능성” 우려 전해
미국 정부가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한국 기지국 장비 시장 진출에 우려를 표명했다. 화웨이의 장비가 동맹국 간의 통신을 감시하는 ‘스파이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LG유플러스가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 구축을 위해 도입하는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를 통해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한·미 양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뜻을 한국 측에 전했다.
사이버 해킹 등 중국과 스파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는 앞서 2011년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무선통신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제외했다. 또 지난해 미국 정부는 동맹국인 호주의 광대역 무선통신 사업에 화웨이가 참여하는 데 제동을 거는 등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의 진출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 정치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미 상원 정보위원장과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척 헤이글 국방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 국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의 화웨이 장비 도입으로 인해 한·미 군사 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서한은 한국, 중국, 일본 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른 조 바이든 부통령의 방한에 앞서 발송됐다.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과 한국 당국자 간 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은 관련 국가의 법률과 법규를 존중하고 있고 유관 국가의 상호 이익과 공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유관 국가(미국)가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의 해외 경영 활동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대해 줄 것을 희망하며 관련 문제를 걸핏하면 안보문제화하고 정치문제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1월 국내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른 LG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중국 장비를 쓴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통신 사업자가 모든 통신망을 운영하고 있어 외주 직원에 의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차례 밝힌 대로 통신장비 도청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3-12-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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