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케이식 부상하며 공화 4파전 양상…잠들지 않는 샌더스 ‘돌풍’
큰 틀의 가닥을 잡아가는 듯 하던 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경선이 ‘장기화’ 국면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른바 ‘슈퍼 화요일 2’로 불리는 8일(현지시간) 4개 주(洲) 경선을 거치면서 확연해진 양상이다.
일주일 뒤인 15일 ‘미니 슈퍼화요일’을 계기로 ‘대세’가 확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판세의 흐름이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 모습이다.
일단 공화당에서는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경선이 치러진 4곳 가운데 미시간과 미시시피 주에서 승리했다. 대의원 수가 많이 걸린 북부와 남부 주에서 이겨 ‘대세론’의 건재함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간다면 승자독식제 또는 승자 절대다수 독식제를 적용하는 주가 상당수에 이르는 향후 경선을 앞두고 단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경선 성적표의 ‘내용’을 뜯어보면 판세가 반드시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도 읽힌다.
무엇보다도 초기 경선과 ‘슈퍼 화요일’ 경선을 거치며 파죽의 연승행진을 이어온 트럼프의 기세가 다소나마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점이 주목을 끈다.
슈퍼 화요일 경선 이후 공화당 주류가 주도하는 반(反) 트럼프 캠페인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던 트럼프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지지가 조금씩 빠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정가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여기에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 5일 ‘슈퍼 토요일’ 경선을 거치며 트럼프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던 크루즈는 이날 경선에서는 아이다호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전체 대의원 수에서는 트럼프에 크게 뒤지지만, 트럼프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당 주류후보군의 ‘건재’로 전체 경선판도가 교통 정리되기는 커녕 오히려 4파전이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가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 존 케이식이 제각기 ‘지분’을 갖고 오는 7월 전당대회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기에 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대의원의 과반수)’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인 트럼프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어느 후보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해 당 지도부가 개입하는 ‘중재 전당대회’를 치를 ‘조건’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의 주류후보이면서 줄곧 최하위를 기록해온 케이식이 미시간 주 경선에서 선전한 것이 주목할 만 하다.
케이식은 같은 주류 후보인 루비오에 비해 ‘약체’로 평가돼왔지만, 이번 경선의 최대 격전지인 미시간에서 루비오를 눌러 ‘저력’을 과시했다. 케이식을 향해 단일화 압력을 행사해온 루비오는 이곳에서 15% 이상을 득표하지 못해 단 한명의 대의원도 건지지 못하는 참패를 기록했다. 미시시피에서도 3.6%의 소폭이지만 케이식은 루비오를 꺾었다.
케이식으로서는 미니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상승 모멘텀을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시간 주 바로 아래에 있는 오하이오(66명)가 바로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이다. 66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고 ‘승자독식제’가 적용되는 이곳에서 케이식이 ‘이변’을 일으킬 공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경우 케이식이 단일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달 중순 이후에도 계속 살아남고, 경우에 따라 단일화 논의의 이니셔티브를 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주류후보군의 대표 주자를 자처하던 루비오는 이번 경선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크게 무너진 모습이지만, 미니 슈퍼화요일의 플로리다 주 경선을 거치며 ‘회생’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99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고 승자독식제가 적용되는 최대 승부처인 이곳에서 승리한다면 루비오로서는 추격의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 만일 패배한다면 경선 레이스 전체가 치명타를 받고, 자칫 주류후보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을 케이식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루비오가 플로리다에서 지더라도 즉각 경선을 접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명예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공화당의 경우 6개 주에 367명의 대의원이 걸린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이 어떤 식으로 결론나느냐에 따라 경선판의 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승자독식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오하이오(66명)와 플로리다(99명) 경선 결과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미시간과 미시시피에서 모두 승리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과 달리 미시간을 샌더스에게 내줬다. 물론 득표율 격차가 2.1%포인트에 불과하고 대의원 수도 10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전체 성적표에는 큰 영향이 없다.
반대로 미시시피에서는 클린턴이 샌더스를 무려 66.7%포인트 차로 눌러 대의원 수 격차를 확실히 벌려놓았다. 클린턴은 28명을 확보했지만, 샌더스는 단 1명에 그쳤다.
이렇게 볼 때 클린턴이 전체 경선 레이스를 주도하는 흐름에는 변화가 없지만, 샌더스가 미시간에서 승리한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일단 ‘표의 확장력’ 측면에서 클린턴이 일정한 한계를 드러낸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부에 터잡은 흑인 유권자들로부터는 ‘몰표’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지만, 북부에 기반을 둔 백인 유권자들로부터는 여전히 마음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흑백 인종별 투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시간은 백인이 80%이기는 하지만,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인구밀집도가 높아 본선의 표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른바 ‘바로미터’ 지역이다. 따라서 클린턴이 이곳에서 확실하게 샌더스를 누르지 못한 것은 본선 경쟁력의 ‘약한 고리’를 드러낸 면이 있다.
특히 미시간의 경선 결과는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선거전문가들은 샌더스가 미시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오하이오와 미주리, 일리노이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큰 틀에서는 클린턴이 대세를 이어가는 흐름이지만, 승부가 조기에 결판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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