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의 33세 여성 BBC에 “격리되느니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

우한의 33세 여성 BBC에 “격리되느니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2-05 16:49
업데이트 2020-02-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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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우한의 컨벤션 센터가 임시 병원으로 탈바꿈해 침상들이 잔뜩 들어서 있다. 우한 AP 연합뉴스
4일 중국 우한의 컨벤션 센터가 임시 병원으로 탈바꿈해 침상들이 잔뜩 들어서 있다.
우한 AP 연합뉴스
중국 우한에 사는 가정주부 왕원준(33)이 5일 영국 BBC와 이례적인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달 23일 이후 완전 차단돼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이 도시에서 오늘도 막막한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왕원준과 가족의 우한 생존기는 참혹하다. 다음은 왕원준의 발언을 BBC가 그대로 옮겨 실은 것이다. 본인의 생생한 육성 증언을 듣는 느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집단 발병한 이후 우리 삼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중태시고 어머니와 이모는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CT 사진을 찍어보니 그들의 폐까지 감염됐다. 남동생도 기침을 해대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버지는 어제 체온이 섭씨 39.3도로 측정됐다. 계속해 기침을 해대고 호흡에 어려움을 느낀다. 집에 산소 호흡기가 있어 매일 24시간 기계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그는 한때 서양 약과 중국 약을 동시에 복용했다. 테스트 키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확진조차 받지 못해 병원에 모셔갈 수도 없었다. 어머니와 이모는 몸이 좋지 않으신데도 아버지의 입원실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매일 병원에 걸어가신다. 하지만 어떤 병원에서도 그들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우한에는 많은 격리 치료소가 경미한 증세를 보이거나 잠복기에 있는 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은 아주 기본적인 장비만 갖춰진 시설이라, 우리 아버지처럼 중태인 이들을 위한 병상은 구할 수가 없다.

삼촌도 격리 치료소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도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누구도 우리와 연락을 취하거나 지금 이 순간 도움을 주고 있지 않다. 여러 차례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분과 접촉했지만 “병원의 병상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말만 들었다.

아버지와 삼촌이 갔던 격리 치료소가 우리는 병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호텔(에 천막 두르고 기본적인 장비만 갖춘 곳)이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없었고, 심지어 난방도 되지 않았다. 두 분은 저녁에 가셨는데 그곳의 직원은 두 분에게 차가운 식사를 제공할 뿐이었다고 했다. 삼촌은 많이 위중했는데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어떤 의사도 그를 치료하지 못했다. 삼촌과 아버지는 딴 방에 있었는데 아버지가 아침 6시 30분에 보러 갔더니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새 병원이 지어졌지만 그건 이미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람들 차지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새 병원은 고사하고, 지금도 한 침상도 얻지 못했다.

정부 지침대로 따르자면 우리가 지금 갈 수 있는 시설은 격리 진료소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면 삼촌에게 일어난 일이 아버지에게 일어날 수 있다. 해서 우리는 차라리 집에서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많은 가족들이 똑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친구 아버지는 열이 높다는 이유로 격리 진료소에서도 거부당했다. 감염된 사람은 엄청난데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 우리는 이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지난달 23일 시 전역을 봉쇄할 것을 알았더라면 우리 가족을 모두 밖으로 옮겼을 것이란 점이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한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희망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 말만 믿고 우한에 남았던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옳은 결정을 내릴지, 그렇지 않을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 삼촌의 죽음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제공했다고 난 생각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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