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허가 반대‘에 분신까지...대만 친중 방송사 폐쇄 논란

‘재허가 반대‘에 분신까지...대만 친중 방송사 폐쇄 논란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12-06 17:29
수정 2020-12-0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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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리포트] 대만 정부, 케이블 뉴스 CTI 재허가 불허
차이잉원 총통, ‘반중’ 내세워 반대파 손보기 의도 분석도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70대 노인이 중톈신원(CTI) 본사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CTI 유튜브 캡처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70대 노인이 중톈신원(CTI) 본사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CTI 유튜브 캡처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70대 노인이 케이블 뉴스 채널 중톈신원(CTI) 본사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최근 대만 당국이 이 회사에 대한 재허가를 불허한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CTI는 대표적인 친중 성향 매체로 집권 민주진보당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이 노인은 평소 “민진당이 자신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멀쩡한 방송사를 문 닫게 했다”며 차이잉원 총통(대통령)에게 강한 불만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서 한 방송사가 폐쇄 위기에 처하자 분신 사건까지 생겨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독립 기구가 일정 기간마다 방송 면허 허가 여부를 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표준화된 절차”라는 주장과 “집권당이 중국과의 갈등을 명분 삼아 반대파 죽이기에 나섰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6일 빈과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대만 통신방송위원회는 CTI에 대한 재허가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그간 방송 심의규정 위반 행위가 많았고 대주주인 차이옌밍 왕왕그룹 회장도 보도에 자주 개입했다는 이유다. 오는 12일부터 TV 전파 송출이 중단된다. CTI는 “대만 계엄 해제 30년 이래 언론 자유 최악의 시기가 왔다”며 저항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만과 중국 본토에서 쌀과자로 유명한 식품회사 왕왕그룹을 이끄는 차이 회장은 CTI 외에도 중국시보 등 친중 성향 매체를 운영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거느린 미디어들이 중국의 대만 공격에 활용된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이 매체는 전체 뉴스 보도 분량의 70%를 친중파 한궈위 국민당 후보에 관한 내용으로 채우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대만 타이베이 입법원(국회) 의사당에서 여야 의원들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물리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DB
지난달 27일 대만 타이베이 입법원(국회) 의사당에서 여야 의원들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물리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DB
최근 대만에서 이슈가 된 ‘돼지고기 수입 갈등’도 방송 중단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8월 차이 총통은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와 생후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 수입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락토파민은 안전성 우려로 상당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민진당은 야당 시절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했지만 집권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전향했다. 중국의 압박을 견디고자 미국과 밀착해야 하는 대만 정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CTI는 “민진당 정부가 말을 바꿨다”며 연일 맹공을 펼쳤다. 대만 당국이 ‘손보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언론사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대만 현실에서 CTI에 대한 제재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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