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안중근 순국지’ 현판도 철거…중국서 사라지는 항일운동 자취들

[포토] ‘안중근 순국지’ 현판도 철거…중국서 사라지는 항일운동 자취들

입력 2023-08-27 16:50
업데이트 2023-08-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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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의 본거지였던 중국 동북 지역에서 우리 민족의 항일 투쟁 산실들이 잇따라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보수 공사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현장을 취재한 결과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들어 중국이 ‘중화 민족 부흥’과 ‘중화민족 공동체 건설’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조 속에 우리 민족의 항일운동 산실을 ‘홍색 혁명의 교육장’으로 삼으려는 큰 그림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지난 24일 찾은 중국 랴오닝성 ‘뤼순 일아(일본과 아시아)감옥구지(旅順日俄監獄舊址) 박물관’(이하 뤼순감옥 박물관)에는 중국을 침략한 일제 만행의 현장을 자녀에게 알려주려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붐볐다.

비좁고 열악한 감방과 노역장, 수감자들을 교수형에 처했던 시설들이 당시의 모습대로 보존돼 관람객들에게 공개됐지만, 일제 침략을 이끈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가 수감됐던 별채 감옥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1909년 10월 26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체포된 안 의사는 사형선고를 받아 이듬해 3월 26일 순국할 때까지 뤼순감옥에 수감됐다.

일반 수감자들이 투옥됐던 감방 건물 옆에 지어져 안 의사가 따로 수감된 별채 감옥은 항일 운동가들이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과거 중국은 이 별채 감옥 외벽에 안 의사의 사진과 그의 의거를 알리는 안내문을 내걸고, 안 의사가 사용했던 침대와 책상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또 입구에는 ‘안중근 의사 취의지(就義地)’라는 현판을 내걸어 이 별채 감옥이 안 의사가 수감됐던 곳임을 알렸고, 뤼순감옥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가장 먼저 이곳을 찾곤 했다.

취의지란 ‘의를 취하기 위해 희생된 곳’이라는 의미로 안 의사의 거사를 중국도 높게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날 방문했을 때 이 현판은 떼어져 있었고, 창문은 가림막이 설치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이 별채 감옥을 드나들 수 있었던 통로에는 흰색 담장이 설치됐고, 일반 감옥 건물에서 별채 감옥으로 갈 수 있는 쪽문도 폐쇄돼 관람객들의 접근이 원천 차단됐다.

박물관 입구에 동판으로 새겨놓은 시설 안내도를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않는다면 이 별채 감옥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존재 자체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안내원은 폐쇄 이유를 “내부 수리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별채 감옥에는 보수 공사를 알리는 안내문도, 공사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국제 전사 전시실’ 역시 ‘안전상의 위험으로 인해 수리가 필요해 잠시 폐쇄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굳게 닫혀 있었다.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등이 2009년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설치한 이 전시실에는 안 의사와 단재 신채호 선생, 우당 이회영 선생의 흉상과 사료 등 뤼순감옥에 수감됐다 순국한 우리의 독립운동가 11명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사료가 전시됐다.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내부에는 간이 삼각 사다리 3개가 세워져 있었지만, 공사를 진행하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롄의 한국 영사출장소는 “국제 전사 전시실은 지난 5월부터 폐쇄됐고, 안 의사가 수감됐던 감옥은 지난 13일까지는 창문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그 이후 가림막이 설치됐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항일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생가도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지난 25일 찾아간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시 명동촌(明東村)에 복원된 윤동주 생가 문 앞에는 중국어와 한글로 ‘내부 수리 중이어서 참관을 잠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중국은 2012년 윤동주 생가를 복원하면서 입구에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고 적힌 비석을 세워 그의 국적을 둘러싼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니 공사를 한 흔적이나 수리를 준비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이곳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세운 ‘명동학교 옛터 기념관’도 ‘수리 기간이라 참관을 사절한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명동학교는 김학연 등 애국지사들이 1908년 설립한 학교로, 윤동주와 나운규를 비롯한 수많은 항일 운동가를 배출한 민족교육기관이다. 일제는 이 학교를 조선인 독립운동의 소굴로 규정, 탄압해 1925년 폐교시켰다.

수리 기간이라는 안내와는 달리 창문으로 들여다본 내부는 말끔해서 육안으로 봐서는 공사해야 할 곳이 있을까 싶었다. 내부 수리를 하는 움직임도, 공사를 준비하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항일운동의 요람이었던 룽징(龍井)중학교에 2011년 윤동주 시인의 재학 시절 교실 모습을 재현한 ‘윤동주 교실’도 외부인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룽징중학교는 윤동주의 모교인 광명중과 이준 열사가 다녔던 은진중, 대성중 등 룽징지역 6개 학교가 1946년 통폐합돼 옛 대성중학교 터에 세워진 조선인 학교였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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