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서 서 있던 임신 정부관리 ‘양보 부당’ 주장
공공장소에서 임신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성차별일까? 영국 정계가 이를 두고 웃지 못할 입씨름을 벌였다.사연은 이렇다. 18일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유명 여성 정치인인 조 스윈슨(33) 정부평등청 부장관은 지난 16일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시간 때 회의장에 늦게 들어와 자리를 못 찾은 탓에 30분가량을 서 있어야 했다.
스윈슨 부장관은 임신 7개월이다. 하원 의원 수백 명이 태연히 자리에 앉아 있는 내내 임신한 여성 부장관이 회의장 구석에 서 있던 광경이 언론을 통해 퍼지자 사회 각계에서는 ‘너무하다’는 핀잔이 터져 나왔다.
유력 주간지 ‘스펙테이터’의 제임스 포사이스 정치부문 에디터는 트위터에서 “스윈슨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의원이 전혀 없었다. 예절 없는 의회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질의 때문에 출석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의자를 내줬어야 했다는 질타까지 나왔다.
그러나 스윈슨 부장관 측이 ‘임신부에게 자리를 무조건 양보하라는 생각 자체가 성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뜻밖의 방향으로 틀어졌다.
스윈슨 부장관의 한 측근은 “임신 7개월이라고 두 발로 못 서거나 자신을 부양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문제다. 스윈슨은 임신 중이지만 서고 걸으면서 충분히 차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인디펜던트지는 전했다.
이 측근은 “스윈슨은 이번 일이 문제가 된다고 보지를 않는다. 그녀가 당시 앉고 싶었다면 자리를 부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의원들과 함께 질타를 받던 캐머런 총리는 스윈슨 부장관 측의 비판을 반박했다. 임신부를 위한 자리 양보는 성차별이 아니고 자신도 그런 상황에서 얼마든지 의자를 양보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총리실 대변인은 “대중교통의 사례만 봐도 꼭 앉을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선행이다”고 강조했다.
스윈슨 부장관은 진보 성향인 자유민주당(LD) 소속의 유망주로 25세인 2005년 역대 최연소로 하원에 진출했다. 그녀는 LD와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이 연립 내각을 꾸리면서 작년 정부평등청 부장관에 취임해 양성평등 정책을 챙겼다.
스윈슨 부장관은 지난 7월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출산 후 체중감량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수치스럽다’면서 강력히 비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산모에게 체중조절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의 잘못된 성(性)편견 때문이고 여성의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스윈슨 부장관은 런던정경대를 우등 졸업한 재원으로 남편은 같은 당의 동료 의원인 덩컨 헴스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녀는 기업혁신기술부 부장관도 겸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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