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아일랜드 구제금융 졸업 환호 뒤엔 ‘20만 이민 행렬’ 그림자

[글로벌 경제] 아일랜드 구제금융 졸업 환호 뒤엔 ‘20만 이민 행렬’ 그림자

입력 2013-12-17 00:00
업데이트 2013-12-1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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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재정위기 4국 중 처음 3년간 긴축·공공 부문 감축 “실업률 낮추려 이민 부추겼다” 트로이카식 구제에 비판 목소리

아일랜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국(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가운데 처음으로 구제금융 탈출에 성공했다. 유로존 회복 분위기에 힘입어 3년 만에 이뤄낸 쾌거가 다른 위기국에도 긍정적인 선례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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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1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다시는 투기와 탐욕으로 위협받는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제금융 탈출을 공식 선언했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도 14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구제금융 사태를 ‘감자 기근’(1845년에 주식인 감자의 대기근으로 150만명이 사망한 사건)과 비교하며 “우리가 결국 ‘완벽한 탈출’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남유럽발 위기 전까지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이뤄내 ‘켈틱 호랑이’로 불렸던 아일랜드는 부동산 거품으로 무너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로부터 675억 유로(약 100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후 파격적인 법인세 감축 및 1000개 이상의 외국기업을 유치해낸 친기업적 정책기조와 때마침 찾아온 유로존 회복에 힘입어 실업률을 대폭 줄이면서 구제금융 탈출에 성공했다고 FT가 전했다.

IMF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스페인(26.9%)과 그리스(26.7%), 포르투갈(17.8%) 등의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급등하는 동안 아일랜드의 실업률은 2.6% 포인트 감소해 위기국 중 최저(12.5%)를 기록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아일랜드의 성공은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면서 “유로존의 이웃국가들이 서로 돕는다면 깊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과도한 긴축재정과 공공부문 감축을 강요하는 트로이카식 구제금융이 당사국에는 장기적인 피해를 준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립 연구기관인 ‘그로잉업 인 아일랜드’에 따르면 구제금융 신청 이후 3년간 아일랜드 가정의 60%가 적자를 겪었고, 20만명이 이민을 떠났다고 밝혔다. 민간 싱크탱크인 ‘아일랜드 사회정의’는 “정부가 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사실상 이민을 부추겼다”고 꼬집었다. BBC는 “포르투갈과 그리스가 아일랜드식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따르겠지만 유럽을 상징하는 복지를 무너뜨리고, 100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라를 떠나는 현실을 성공적인 (구제금융)탈출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2013-1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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