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상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추기경 임명” 깜짝 발표

교황 “사상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추기경 임명” 깜짝 발표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0-26 06:13
수정 2020-10-2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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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이하 현지시간) 13명의 신규 추기경 명단을 깜짝 발표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로마 가톨릭 추기경단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들어가는 미국 워싱턴DC 대주교인 윌튼 대니얼 그레고리가 지난해 10월 6일 연례 레드 매스 미사를 마친 뒤 성마태 성당 앞에서 신도들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이하 현지시간) 13명의 신규 추기경 명단을 깜짝 발표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로마 가톨릭 추기경단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들어가는 미국 워싱턴DC 대주교인 윌튼 대니얼 그레고리가 지난해 10월 6일 연례 레드 매스 미사를 마친 뒤 성마태 성당 앞에서 신도들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추기경을 임명한다.

교황은 25일(현지시간) 성베드로 광장을 굽어보는 창문 발코니에서 지난해 5월부터 미국 워싱턴DC의 주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윌튼 대니얼 그레고리(72)를 포함해 8개국 13명의 로마 가톨릭 신규 추기경 명단을 깜짝 발표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들 13명의 추기경 임명식은 다음달 28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치러진다.

그레고리 주교는 진보적인 견해를 교황과 공유하고 있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사제 서품을 받아 17개월 전 성 추문에 연루돼 물러난 도널드 우엘 추기경을 대신해 주교에 임명됐다. 교회 안에서 성 추문에 대해 가장 단호한 의견을 천명해 왔다. 미국주교회의 의장으로 2002년 추문에 연루된 성직자들을 엄벌하도록 교회 지도자들을 설득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로만 가톨릭을 존중한다고 하고 쇼를 하듯 성스러운 장소를 찾는 행태를 앞장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찾았던 성지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불가해하고 짜증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백악관 근처에서 벌어진 평화로운 집회를 해산시키도록 명령한 바로 다음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는 “존중과 평화의 장소 앞에서 사진이나 찍겠다며 최루탄과 다른 방해를 통해 사람들을 침묵시키고 흩어지게 하고 위협하는 일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기경이란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 바로 아래의 지위를 갖는다. 교황을 교회 수장으로 선출할 권리를 지녀 교황 선출을 위해 비밀리에 소집되는 회의, 이른바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임명된 13명 가운데 네 명은 이미 80세를 넘겨 교회법에 따라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못한다. 나머지 아홉 명의 신규 추기경들의 국적은 이탈리아, 몰타, 르완다, 미국, 필리핀, 칠레, 브루나이, 멕시코 등이다.

바티칸 전문가들은 이번 추기경 임명이 언젠가 자신의 후임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에 대한 교황 스스로의 영향력을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한다. 교회 소식을 전하는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도중 60%의 추기경들을 임명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세 명의 교황 성하를 모신 이탈리아 사제 라니에로 칸탈라메사(84), 교회 성인 시호를 주관해온 이탈리아 주교 마르첼로 세메라로(72), 교황에게 자문으로서 꽤나 영향력 있는 시노드 주교인 몰타 국적의 마리오 그레크, 르완다 키갈리의 대주교인 앙트완 캄반다, 필리핀 카피즈 대주교인 호세 푸에르테 아드빈쿨라, 칠레 산티아고 대주교인 셀레스티노 아오스 브라코 등이 새로 추기경에 임명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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