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총리실, 언론에 “불편한 질문 삼가달라” 했다가 역풍

日아베 총리실, 언론에 “불편한 질문 삼가달라” 했다가 역풍

김태균 기자
입력 2019-02-07 14:58
업데이트 2019-02-0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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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에 해당하는 일본 총리관저가 특정 언론의 ‘불편한 질문’을 빌미로 전체 기자단에 사실상의 경고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비판적 논조의 언론사에 대해 대놓고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베 신조 정권의 편향된 언론관이 이번에 또다시 확인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2017.1.6 AFP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2017.1.6 AFP 연합뉴스
이번 일은 지난해 12월 26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쿄신문 기자가 했던 질문이 발단이 됐다. 당시 도쿄신문 기자는 오키나와 후텐마에 있는 미군기지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공사와 관련해 “매립현장에서 지금 적토(붉은흙)가 확산되고 있지만, 오키나와 방위국은 실태 파악을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관저 보도실은 전체 기자단에 문서를 보내 “현장에서 적토에 의한 오염이 확산되고 있는 듯이 질문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관저 기자회견이 인터넷으로 중계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정확하지 않은 질문을 바탕으로 문답이 이뤄질 경우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기자의 문제행위(질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체 기자단에 이러한 의식의 공유를 부탁드리며 문제제기를 하는 바이다”라고 썼다.

관저 보도실은 “도쿄신문에 대해 관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질문은 엄격히 삼가주기를 이전에도 거듭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 성향의 도쿄신문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
이에 기자단은 “기자의 질문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일본신문노동조합연합(신문노련)은 지난 5일 ‘총리관저의 질문 제한에 항의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관저의 요청은 국민의 알권리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미나미 아키라 신문노련 중앙집행위원장은 “기자는 당시의 시점에서 파악하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질문하는 것이므로, 질문에 대해 100%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정확한 정보로 대답해야 하는 것은 정부 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자단에 대한 관저 측의 요청은 다른 기자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도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나미 위원장은 평소 스가 관방장관 기자회견에서 해당 도쿄신문 기자가 질문할 때 사회자인 보도실장이 “간단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하는 등 주의를 주어 온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런 행태는 사실상의 질문 방해”라면서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취재 제한을 의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관저에서 문제삼은 질문에 나오는 ‘적토’에 대해서도 “적토가 확산되고 있음은 현장 상황을 보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인 국민민주당는 지난 6일 우에무라 히데키 관저 보도실장을 직접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우에무라 보도실장은 “특정 질문의 내용에 대한 문제일뿐 기자의 질문을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도쿄신문은 이번 관저의 요청에 대해 공식항의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다.

학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마다 겐타 센슈대 언론법 전공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특정 기자에 대한 위압적 대응이며, 사실상의 취재 방해이자 국민의 알권리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의 집합체인 기자단 전체에 요청함으로써 언론계 전체를 옥죄는 동시에 간접적으로 정권에 충성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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