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하나 이것을 깨우쳐야 ‘참나’가 보인다”

“모든 생명은 하나 이것을 깨우쳐야 ‘참나’가 보인다”

입력 2012-08-01 00:00
업데이트 2012-08-0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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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 인터뷰

경남 양산의 통도사는 얼마 전 큰 행사를 치렀다. 통도사 수행가풍을 바로잡고 조계종의 선풍을 다잡은 선승으로 평가되는 경봉(1892∼1982) 스님의 탄생 120주년, 열반 30주기를 맞아 지난 16일 열린 다례제. 경봉 스님이 생전에 거처하며 법문을 했던 통도사 말사인 극락암이 비좁아 행사를 치르지 못하고 통도사에서 3000명이 스님을 기렸다. 통도사 주지인 원산 스님은 “평생 선방을 해오신 경봉 스님의 지도를 받은 스님을 비롯해 종정 스님, 총무원장, 종회의장, 여러 원로의원, 재가불자들이 많이 오셨다.”면서 “진제 종정 스님은 위산·삼성 스님의 고사를 예로 들며 천상세계와 인간세계에서 비할 사람이 없다고 경봉 스님을 칭송하는 법어를 내리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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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이 스승이기도 한 경봉 대선사의 가르침인 참나를 찾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이 스승이기도 한 경봉 대선사의 가르침인 참나를 찾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산 스님이 경봉 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열아홉살 무렵. 무작정 새벽 4시에 찾아든 극락암에서 경봉 스님은 따뜻하게 청년을 맞아주었다. “항상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놓으시는 스님께서 ‘과거생부터 인연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스님의 인자하고 밝은 모습에 끌려 그대로 출가를 결심하게 됐다.”고 경봉 스님과의 인연을 밝혔다.

경봉 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늘 참선을 강조하신 스님은 내가 나를 찾는 것을 중시하셨다.”면서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이란 화두를 던지면서 ‘네가 누구냐, 그걸 찾아라. 육체란 게 나지도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한 자리이다. 몸뚱이는 가짜 자기이고, 진짜 자기를 찾아라’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통도사는 지난해 주지 선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었다. 그에 대해 원산 스님은 “섭섭한 분이 있겠지만 종헌종법에 따라 잘 해결됐다.”면서 “주지를 맡고는 승가는 화합이 근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승가공동체는 사부대중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있듯 계율을 잘 지키는 화합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도사 매표소에서 대웅전까지의 길을 걸어오다 보면 ‘경내지 한평 사기’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그건 통도사 경내에 있는 사유지가 아직도 몇 만평이나 되는데 그걸 사들여 통도사를 발전시키자는 운동”이라는 설명. 원산 스님은 “옛날에는 경내 10리 바깥까지 통도사 땅이었는데, 이승만 정권을 거치면서 경내 몇 만평마저 개인 소유가 됐다.”면서 “통도사는 개인의 재산이 아닌 민족문화 유산인 만큼 자자손손 물려주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산 스님은 승려 도박 사태 이후 종단의 쇄신 작업과 관련해 “5가지 계율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종단 개혁은 이뤄진다.”고 전제하고 “폐단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주지 선거 폐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데 원로회의에서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통도사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예비후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예비후보들이 찾았다고 한다. 원산 스님은 차기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교계를 배려해 주는 분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경봉 스님이 강조했던 ‘참나를 찾는 노력’을 그의 제자인 원산 스님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부처님이 도를 깨치기 전에 중생으로 있을 때는 모든 생명체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를 깨치고 보니까 모든 생명은 하나이더라는 겁니다. 세계일화(世界一花)라고, 세계 모두가 한 꽃송인 거죠. 바다는 하나인데 파도는 수없이 일어나듯이 우주의 법계는 하나인데, 수없는 생명체가 났다가 죽었다가 하는 겁니다. 세계는 하나요, 우주는 한 집이에요. 한 집안에 있는 생명체들은 하나의 식구인 거죠. 그래서 우주를 내 집으로 생각하고, 우주의 공기를 호흡하고, 우주의 물을 마시고, 우주의 땅을 밟고, 우주의 태양열을 받고, 그래서 몸이 존재하는데 우주와 몸은 하나다. 내 몸이 있다는 것은 우주가 있다는 것이고,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하나라는 것을 깨우치니,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법계 속에 있더라 이겁니다….”

글 사진 양산 황성기 문화에디터

marry04@seoul.co.kr

2012-08-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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