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현실화’ 공청회…정윤식 교수 발제
KBS가 TV수신료 인상을 위해 공영방송의 위상을 확립하려면 정치적 독립보다 정치적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KBS이사회 주최로 열린 ‘TV수신료 현실화 서울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아 “어느 나라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있을 수 없다”며 “오히려 갈등을 중재하고 정치적 균형을 찾아 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공영방송 정책을 사례로 들어 “공영방송 지주회사 회장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방송통신감독기구인 CSA의 청문과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쳤다”며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는 측면에서는 다른 어느 국가의 사장 선출 방식보다 실질적으로 정치 중립적인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해 “옴부즈맨 제도를 KBS이사회가 합의하는 인물들로 구성해 프로그램에 대해 중재하면 대형 노조 파업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가 수신료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방송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제도적 설계의 본질인데, KBS가 지금처럼 1970년대식의 계몽적인 얘기로 이를 설득할 것이 아니라 더 치열하고 도발적이고 문제가 되는 금기를 끄집어내야 한다. ‘’PD 수첩’보다 고발성 강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겠다, 사회적 약자, 정치적 소수자 문제를 다루겠다’는 약속은 왜 나오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한동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국가 권력이 비대하게 크다 보니 공영방송이 국가 권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KBS 사장을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어느 나라든 정치적인 영향이 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다.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떨어지면 사람들이 기꺼이 수신료를 낸다. KBS가 공영방송의 실체와 철학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균태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권순옥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 이헌 변호사(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도 참여했다.
KBS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