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속 진실 파헤쳐온 먼로의 작품세계

소소한 일상속 진실 파헤쳐온 먼로의 작품세계

입력 2013-10-11 00:00
수정 201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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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최고 단편작가로 평가…”삶의 단면 보여주는 능력 탁월”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라 불리며 북미 최고의 단편 작가로 평가받는다.

일상의 구체적이고 소소한 단면을 잘라내 복잡한 삶의 진실을 예리하게 끌어올려온 먼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주로 시골의 정경 속에 그리 많이 교육받지 않은 보통의 시골 사람들을 작품에 등장시키며 힘있는 서사로 인간과 삶의 복잡한 특질을 간파해왔다.

작가는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총독문학상을 거머쥐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 단편집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등의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영어권의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해갔다.

작가는 장편으로 삶의 총체를 드러내기보다 단편으로 소소한 일상에 숨은 인간과 삶의 진실을 포착하는 데 집중해왔다. 200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선정됐을 때 심사위원들은 “대부분의 장편소설 작가들이 평생을 공들여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와 정밀성을 매 작품마다 성취해 냈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에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반드시 깨닫게 된다”는 평을 내놨다.

작가는 1978년과 1986년까지 모두 세 차례 총독문학상을 받으며 캐나다 내에서 대표작가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굳혔고 미국의 전미비평가협회상과 오헨리상 등을 받으며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11월 13번째 단편집 ‘디어 라이프’를 발표한 먼로는 더는 작품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서는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된 ‘디어 라이프’는 내달 중 국내 출판사 문학동네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이 단편집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단편 4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 작품들에 대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리고 가장 밀접한 이야기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작가의 단편집 ‘떠남’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기도 한 김명주 충남대 영문과 교수는 “여성으로서의 깊은 자의식을 갖고 구체적 일상 속에서 촌철살인과 같은 지혜를 뽑아내는 작가”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삶을 똑 잘라서 단면을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하다”면서 “사과의 단면을 보고 전체를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다룬다. 한국에서는 소설가 박완서를 연상시키는 작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종연 동국대 국문과 교수는 “21세기에 단편소설이 인간의 진실에 대한 굉장히 유효한 증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가”라며 “평범함과 친근함 속에 아주 무섭고 놀라운 것들이 잠복돼 있음을 일깨워주는 데 먼로만한 작가가 없다”고 평했다.

황 교수는 “숨어 있는 경이로움과 반전을 다루는 솜씨가 놀라운 작가로 안톤 체호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작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가의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국내 번역한 전문번역가 곽명단 씨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하루를 사는 일이 고단하고 내일 당장 어떤 일이 내 뒤통수를 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배꼽 빠지게 웃을 일이 더러더러 생기기도 하고 당장 속 시원한 해결책이 없어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일상. 그것이 앨리스 먼로의 작품 세계”라고 평하기도 했다.

국내 영문학계에서 먼로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영문학 연구가 미국과 영국에 편중돼 있는데다 주로 인종이나 계급, 젠더와 같이 논쟁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주로 이뤄지고 있어서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먼로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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