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운명’ 지광국사탑, 보수 후 어디에 자리잡나

‘기구한 운명’ 지광국사탑, 보수 후 어디에 자리잡나

입력 2016-03-09 10:49
수정 2016-03-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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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는 국립중앙박물관…원주시 “법천사 터에 돌려놔야”

지난 100여 년간 제자리를 벗어나 각지를 돌아다니며 시련을 겪은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이 보존처리에 들어가면서 보수 후 행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경내에 있는 지광국사탑을 완전히 해체한 뒤 부재를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옮겨 2019년까지 보존처리한다고 9일 밝혔다.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국사’(國師) 법계를 받은 지광국사 해린(984∼1067)의 사리를 모신 승탑(僧塔)으로, 1085년께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법천사는 경주 황룡사나 익산 미륵사에 비견될 만큼 규모가 큰 사찰이었다고 전한다.

이 탑은 기단과 탑신이 사각형이며, 보살상, 봉황, 연꽃 등 장식이 많지만 정교하고 혼란스럽지 않아 고려시대 석탑 가운데 수작으로 꼽힌다.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문화재 수탈에 혈안이 된 일본인의 손에 의해 해체돼 서울로 옮겨졌다.

1912년 5월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으나 1915년 조선총독부가 국유지에서 유출됐다는 이유를 들어 반환을 요청했다. 고국에 돌아온 탑은 원래 있던 법천사 터가 아니라 경복궁에 놓였다.

이후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심한 손상을 입었고, 1957년 시멘트 땜질로 복원된 뒤 위태로운 상태로 60년 가까이 버텼다.

이제 이 탑은 다시 한 번 대수술을 받게 된다.

문제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관리권이 있는 이 탑을 3년 뒤 어디에 둘 것인가다.

경천사지 십층석탑처럼 국립중앙박물관 실내에 설치할 수도 있고, 국보 제59호 지광국사 현묘탑비가 있는 법천사 터에 다시 쌓아 올릴 수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지금은 관리자가 국립중앙박물관이지만, 보존처리를 마친 뒤 놓일 장소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결정에 따를 것”이라면서 “박물관이 관리한다면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원도와 원주시는 10여 년 전부터 지광국사탑의 귀향을 요구해 왔다. 탑이 있던 위치도 확인된 만큼 원래 자리에 두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불교계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내심 탑이 법천사지로 가길 바라는 분위기다. 고승의 사리를 모신 승탑을 박물관에 두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석탑 전문가인 박경식 단국대 교수는 “지광국사탑은 워낙 훼손이 심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할 때도 경복궁에 남았다”면서 “탑이 놓일 장소는 수리를 마친 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 승묘탑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승묘탑은 진품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고, 거돈사지에는 재현품이 서 있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재전문위원은 “지광국사탑의 행방은 향후 폭발력 있는 사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탑이 법천사지로 간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다른 석탑들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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