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진 신명, 탈춤으로 풀어주는 게 내 사명”

“누구나 가진 신명, 탈춤으로 풀어주는 게 내 사명”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7-11-28 22:36
수정 2017-11-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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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열 천하제일탈공작소 대표

고성오광대 이수 ‘젊은 춤꾼’
탈 쓰면 자유로워 어릴 때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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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꾼 허창열 천하제일탈공작소 대표의 특기는 고성오광대 제1과장 문둥북춤이다. “문둥이가 오그라든 손으로 소고와 소고채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내내 못 잡다가 끝내는 잡아내죠. 이후 신명나게 소고춤을 한바탕 추고 퇴장하는 춤인데, 역경과 슬픔을 견뎌 기쁨으로 승화하는 모습이 탈춤의 정신과 꼭 닮았어요.”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탈춤꾼 허창열 천하제일탈공작소 대표의 특기는 고성오광대 제1과장 문둥북춤이다. “문둥이가 오그라든 손으로 소고와 소고채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내내 못 잡다가 끝내는 잡아내죠. 이후 신명나게 소고춤을 한바탕 추고 퇴장하는 춤인데, 역경과 슬픔을 견뎌 기쁨으로 승화하는 모습이 탈춤의 정신과 꼭 닮았어요.”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탈춤은 승무, 살풀이, 태평무 등 민속 무용 공연보다 설 수 있는 무대가 적어요. 장르가 민속놀이로 분류돼 있어 예술이라기보다는 마당에서 하는 전통놀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 13개 지역에 탈춤 보존회가 있지만 공연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특히 젊은 사람 중에 저처럼 탈춤을 추는 사람은 거의 없죠.”

허창열(38) 천하제일탈공작소 대표는 공연계에서 보기 드문 ‘젊은 탈춤꾼’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이수자인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한우물만 파왔다. 어린 시절, 탈을 쓰면 부끄러움도 잊고 자유로워진다는 사실에 일찌감치 매료됐다. “탈춤 대중화는 과제이자 사명”이라는 그는 탈춤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자 부르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고 직접 공연을 만들어 다양한 춤판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그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전통예술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서울 성북구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탈춤 추는 사람이 이 상을 받은 것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모른다”며 뿌듯해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를 졸업한 그는 2006년부터 전통 연희 창작집단인 연희집단 the 광대와 탈춤 공연 전문 단체 천하제일탈공작소에서 활동하며 탈춤이 동시대 관객과 교감할 방법을 연구하는데 몰두해 왔다. 지난해 8월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연한 ‘몹쓸춤판’이 대표적. TV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을 보고 팬이 된 이후 무작정 연락했다는 현대무용가 김설진, 안무가 김재승과 함께 각자의 개성을 담은 ‘병신춤’을 선보였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정동극장 창작탈춤극 ‘동동’ 역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 작품이다. 그는 평소 탈춤을 춰 본 적이 없는 배우들과 무용수들을 직접 가르치며 그들의 신명을 일깨웠다. 내년 1월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를 재해석한 ‘오셀로와 이아고’도 올린다.

“탈춤은 한이든 흥이든 신명으로 풀어내는 점이 키포인트죠. 오금의 움직임, 기운찬 어깻짓, 얼굴을 움직이는 탈짓 등 3가지 조화가 어우러지는 순간 신명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신명을 지니고 있어요. 공연마다 제 몸짓을 보고 ‘얼씨구’ 하며 추임새를 알아서 넣어주시는 분들만 봐도 그렇죠. 탈춤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 에너지에 푹 빠질 겁니다.”

매순간 탈춤의 미래에 골몰하는 ‘열혈 춤꾼’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국악 경연대회에서 춤, 기악, 소리 등 부문별로 경연하는데 탈춤은 지원할 수가 없더라고요. 탈춤이 연기, 소리, 춤 모두 아우르는 종합예술의 형태를 띠고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탈춤도 참여할 수 있는 경연 대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탈춤도 대중화되고 춤의 매력도 더 알릴 수 있을 테니까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11-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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