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어린이 책] 새잎 돋는 나무처럼… 치유의 힘은 내 안에

[이주일의 어린이 책] 새잎 돋는 나무처럼… 치유의 힘은 내 안에

입력 2013-07-20 00:00
업데이트 2013-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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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 권윤덕 지음·그림/전중환 감수 창비/149쪽/1만 9800원

상민이는 스스로가 고양이나 바퀴벌레보다 못난 것만 같다. 할아버지가 하루에 145㎏의 폐지를 모아도 집안은 더 가난해진다. 학교에서는 영어를 모른다고, 아이들을 건드린다고 늘 혼쭐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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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걸까.’

상민이의 머릿속에 고생대 캄브리아기에서 살아남은 보잘것없는 생명체 피카이아가 떠오른다. 척추동물의 조상으로 인간 진화의 뿌리가 된 5억 7000만년 전 미물이 고단한 삶에 부딪힌 여섯 아이의 사연과 겹치며 낯설면서도 경이로운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아동문학가 권윤덕이 3년 만에 내놓은 ‘피카이아’다.

친구들과 성적으로 경쟁하는 게 싫은 미정은 인간은 서로 도우며 살도록 진화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주변의 무관심에 위축되고 자신의 몸에만 관심 있는 ‘끈적이 오빠’에게 학대당하는 윤이는 가지가 잘려도 새잎을 돋우는 나무처럼 치유의 힘은 자신 안에 있다는 믿음을 품는다. 피카이아는 결국 살아남고 견뎌내는 것만으로 모든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증명해 낸 ‘역사’인 셈이다.

중국 공필화 산수화와 불화까지 섭렵한 작가의 그림은 때론 불편함으로 독자를 내몬다. 인체를 연상케 하는 생닭과 돼지의 적나라한 살덩이, 수억년 진화해 온 시간의 기록물처럼 정교한 배주름이 잡힌 바퀴벌레, 덜 짜여진 뜨개질처럼 조각난 아이들의 몸, 돼지 피를 들이켜고 생간을 씹어먹는 부모 등이다.

작가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을 아주 낯설게 표현해 인간의 폭력성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곱씹어볼 철학이 깃들어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7-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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