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책세상] 인기 행진 ‘주룽지 상하이 강화실록’

[지구촌 책세상] 인기 행진 ‘주룽지 상하이 강화실록’

입력 2013-08-24 00:00
수정 201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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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주의 타파·규제완화 소망 담아 中 경제개혁의 사령탑 본받기 열풍

왜 유독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만 잘 팔리는 것일까.

중국 경제개혁 사령탑으로 통하는 주 전 총리가 상하이시 수장으로 재직할 때의 각종 발언을 묶은 책 ‘주룽지 상하이 강화실록’(朱鎔基上海講話實錄)이 지난 12일 출간되기 무섭게 연일 각종 인기 서적 차트 1위를 석권하고 있다.

올 들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3세대 지도자들의 신간 출시가 줄을 이었지만 주 전 총리의 신간만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와 같은 판매 추세라면 올해의 베스트셀러 등극은 떼 놓은 당상이란 전망이다. ‘주룽지,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朱鎔基 答記者問), ‘주룽지 강화실록’(朱鎔基 講話實錄) 등 그의 전작들도 1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책은 그가 총리에 취임하기 전인 1987년 12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상하이시의 당서기, 시장 등을 지낼 때 각종 회의에서 행한 발언 106편과 화보 83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우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강조하는 관료주의 타파를 주문한 내용이 많다. ‘지도 간부들은 민중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 편에서 그는 당시 상하이시와 구청이 각각 자신들이 지정한 운전사를 동원해야 한다며 대립한 탓에 더위를 식히기 위한 살수차가 운행되지 못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관료주의를 비판했다. 또 선물 받지 않기 등 관료들이 하지 말아야 할 5계도 제시했다. 시 주석이 총서기 취임 이후 내놓은 8조(八條)는 5계가 발전한 버전이란 평이다.

아울러 최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추진 중인 경제개혁 및 이와 관련된 규제완화 언급도 눈에 띈다. ‘외자의 이용과 발전을 위한 의견’ 편에서 그는 외자로부터 국내 건설사가 하도급을 받는 문제와 관련, 사업성이 있는지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기업들 스스로 잘 아는데 내용도 모르는 정부가 간여하면 일만 망친다며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특히 사업 하나를 허가받기 위해 109개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거나, 같은 사안을 두고 담당자마다 말이 달라 사업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점을 지적하며 인치(人治)를 비판했다.

책의 인기 배경은 그가 실행한 개혁 조치들이 중국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인식과 관련이 깊다. 신지도부가 주 전 총리를 본받아 개혁에 성공해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기를 바라는 소망도 투영됐다는 평가들이다. 4세대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집권한 지난 10년간 중국은 개혁 없이 퇴보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8-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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