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동전에 홀려 달을 떠난 두꺼비의 고군분투 귀향 이야기
세 발 두꺼비와 황금 동전/신순재 지음/한병호 그림/책읽는곰/40쪽/1만 1000원보름달이 휘영청 뜬 날 밤, 세 발 두꺼비는 순간 어찔하고 만다. 어룽어룽 오색빛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넋을 놓고 빛을 쳐다보던 두꺼비는 덥석 빛 덩어리를 문다. 그런데 어라. 빛은 간 데 없고 황금 동전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황금 동전이 빙글빙글 돌아가자 벌레도 우글우글, 개구리와 두꺼비도 와글와글 몰려나와 춤을 춘다.
![](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10/18/SSI_20131018172259.jpg)
![](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10/18/SSI_20131018172259.jpg)
탐내던 두꺼비도 손에 넣었겠다, 신선은 두꺼비를 타고 다니며 세상천지 진귀하다는 것은 모두 낚아 올린다. 두꺼비는 아흔아홉 바위산도, 차디찬 얼음 바다도 순식간에 넘고 건너면서도 진정 가고 싶은 ‘그곳’은 가지 못하는 처지다. 바로 달이다.
‘어떻게 하면 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골똘한 궁리 끝에 과연 두꺼비는 출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신선과 두꺼비의 기묘한 기싸움이 읽는 내내 어린 독자를 솔깃하게 만든다. 달을 그리워하면서도 황금 동전을 놓지 못하는 세 발 두꺼비의 모습은 눈으로는 이상을 좇으면서도 현실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을 보는 듯하다.
이야기는 조선 후기 화가 심사정의 ‘하마선인도’에 뿌리를 뒀다. 작가는 더벅머리 신선이 세 발 두꺼비를 희롱하는 이 그림을 보고 ‘쿤스트 메르헨’(민담과 같은 옛이야기 형식을 빌린 창작동화)을 빚어냈다.
동양화 전문인 일러스트레이터는 그윽한 먹선과 영롱한 황금빛 색채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그림을 빚어냈다. 옛 그림의 멋을 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세련미를 놓치지 않았다. 6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10-19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