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 속 화학물질, 추위 견디게 해주기 때문


생후 100일을 맞은 아기 판다 ‘푸바오’와 엄마 ‘아이바오’ 에버랜드 제공
판다는 말똥을 보면 뺨에 바르고 그 위를 뒹굴어 몸 구석구석 묻히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 특히 온도가 낮은 겨울철에 이런 행동이 잦은데, 추위에 더 잘 견디려는 목적으로 알려졌다.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웨이푸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8일 친링(秦嶺) 대왕판다의 생태 관찰과 말똥 화학성분 분석, 쥐 실험 등을 통해 얻은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판다가 말똥 위를 뒹구는 것은 지난 2007년에 처음 포착됐으며 이후 무인 카메라를 통해 이런 행동이 일회성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행동 패턴도 똑같아 우선 조심스럽게 말똥 냄새를 맡고 흰 뺨에 부드럽게 바른 뒤 그 위를 뒹굴고 나중에는 발에 묻혀 안 묻은 부위에 덧칠을 했다.
말똥 바르기 행동은 배설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선한 것에 집중됐으며, 주변 기온이 영하 5도에서 영상 15도일 때 이뤄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팀은 말똥 화학성분 분석을 통해 식물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베타-카리오필렌’(β-caryophyllene)과 ‘카리오필렌 옥사이드’(caryophyllene oxide) 화합물을 발견했으며, 실험실 쥐의 발과 털에 이를 묻힌 결과, 추위에 둔감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베타-카리오필렌과 카리오필렌 옥사이드 화합물이 ‘TPRM8’으로 불리는 온도감지 수용체 경로에 작용해 추위 감지를 억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말똥을 연고처럼 몸에 바르는 것이 추위에 익숙해지게 돕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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