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미안해 말아요 행복했습니다

입력 : ㅣ 수정 : 2019-04-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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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눈물’…화끈한 투혼에 연일 입석 관중 빛나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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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뉴스1

“전자랜드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에게 죄송합니다.”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2018~19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패하며 현대모비스에 우승을 내준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사과 먼저 했다. 손에는 회견 직전에 피웠을 것으로 보이는 전자 담배가 들려 있었다. 코트 위 강렬한 카리스마와는 달리 두 눈에는 물기가 맺혀 있었다.

올 시즌 전자랜드의 행보는 뜨거웠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현대모비스와 KCC, SK가 우승 후보로 꼽힌 것과 달리 전자랜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졌지만 예상을 뒤엎고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자랜드는 LG를 3전 전승으로 물리치고 구단 역사상 첫 챔프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모비스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챔프 1차전에서는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3점 차이로 석패했고, 2차전에서는 마침내 챔프전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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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가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주자 인천 홈에서 열린 3~4차전에는 각각 8534명과 8765명의 관중이 몰렸다. 4차전은 올 시즌 최다 관중이 몰린 경기였다. 이번 챔프전 평균 관중은 6759명으로 2010~11시즌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프로농구의 한 관계자는 “표가 매진됐음에도 기다리는 관중들을 돌려보낼 수 없어 입석도 받았다. 이런 열기는 참 오랜만인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비록 전자랜드의 준우승으로 마무리됐지만 소득도 적지 않았다. 막내급 포워드였던 강상재, 정효근은 이번 시즌에 팀의 중심 선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정효근이 조만간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봄농구’ 8경기에서 평균 10.3득점의 깜짝 활약을 기록한 이대헌이 빈 자리를 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선수가 주축이 된 전자랜드가 챔프전이라는 큰 경기를 경험한 것도 큰 자산이다.

유 감독은 2분 남짓 회견 말미에 “다시 한번 또 언덕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공부를 더 하겠다. 죄송하다”며 자리를 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04-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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