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남’ 인사 기조 변화
野·외신 등 잇단 비판에 전격 발탁
18개 부처 중 5곳 여성으로 채워
보건·의료 수장 3명 모두 여성
文정부 첫 조각 때와 같은 수준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첫 정식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장관 16명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임명장을 받았다. ‘세종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다.
세종 박지환 기자
세종 박지환 기자
인선의 키워드는 ‘여성 전문가’로 분석된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순애 교수는 공공행정 전문가이고,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된 김승희 전 의원은 식약처장 출신으로 20대 국회에서도 보건·의료 전문가로 활동했다. 김 전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새 정부의 복지부 장관·질병관리청장·식약처장 등 보건·의료 부처 수장 ‘3인방’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진다.
윤 대통령이 내각에 여성을 추가 발탁할 가능성은 최근 점점 크게 감지됐다. 24일 전반기 국회의장단 회동에서 김상희 당시 국회부의장이 젠더 갈등 문제를 지적하자 윤 대통령은 “공직 인사에서 여성들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당시 의장단 차담에 이어 만찬 대화 테이블에서도 새 정부 내각의 다양성 부족 문제가 지적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여성 고위직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은 점과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젊은층에 우수 인재가 많은 점을 거론하며 “제 임기말쯤에는 여성 차관이 절반 가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21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지금 내각에는 거의 남자만 있다”며 여성 대표성 증진 방안을 묻자 윤 대통령은 “(여성들에게)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여성을 전격 발탁한 것은 거대 야당이 가로막고 있는 인사청문회의 벽을 의식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새 정부 내각을 ‘서오남’으로 깎아내린 야당의 비판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근무 평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례 등을 인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과 전날 통화하며 인선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통령이 여성이 유리천장을 뚫을 기회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명된 장관 후보자 2명이 모두 임명되면 18개 부처 중 5개 부처(28%) 장관이 여성으로 채워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 첫 조각 (장관 5명) 때와 같은 수준이다.
안석 기자
2022-05-27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