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사 교육] <3>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위기의 한국사 교육] <3>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입력 2013-06-13 00:00
업데이트 201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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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역사인식 온라인 타고 확산… 바로잡을 교육 부재 ‘심각’

최근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의 이미지를 합성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이 사진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한 사립대 학생들이 만든 이 사진에는 욱일승천기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남녀 학생 7명이 나치식 거수 경례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논란이 커지자 “역사적 의미를 간과한 채 이런 사진을 촬영하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모양이 예쁘다”, “(욱일승천기 모양이) 멋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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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주최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에서는 한 일베 회원이 5·18이 폭동임을 주장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 현장을 담은 사진은 ‘좌빨천국 고려대 산업화 시전’(우파의 논리로 진보 진영을 제압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랐다.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 사진을 퍼나르며 “산업화하자”는 식의 댓글을 달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주최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에서는 한 일베 회원이 5·18이 폭동임을 주장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 현장을 담은 사진은 ‘좌빨천국 고려대 산업화 시전’(우파의 논리로 진보 진영을 제압한다는 일베 용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랐다.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 사진을 퍼나르며 “산업화하자”는 식의 댓글을 달았다.
연합뉴스
인터넷을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관이 최근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제대로 된 한국사 교육과 시민교육의 부재 속에 ‘1020세대’가 온라인상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걸그룹인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면서 ‘민주화’ 용어를 잘못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서 ‘민주화’는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사용하는 집단 괴롭힘과 강권 등을 뜻한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씨는 “‘전효성으로 민주화시킨다’는 글을 여러 게시판에서 자주 접했다”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권유한다는 뜻이라고 무의식중에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가수 김진표도 지난해 방송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한 일베식 표현 ‘노운지’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김씨는 “단어의 어원이 그런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운지’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이후 쓰이지 않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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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축제가 열린 서울 신촌 연세대 캠퍼스에 나타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캐릭터 ‘베츙이’
지난달 15일 축제가 열린 서울 신촌 연세대 캠퍼스에 나타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캐릭터 ‘베츙이’
강원의 모 사립대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만든 욱일승천기 유사 이미지
강원의 모 사립대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만든 욱일승천기 유사 이미지
이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이 담긴 단어들을 습득했다고 했다. 온라인 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큰 1020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탓이다. 일베 등 과격한 인터넷사이트들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감수성이 예민한 1020세대를 흡수하는 모습이다. 과격한 표현과 역사 뒤집기가 기성 권위에 대한 ‘쿨’(멋있는)한 도전으로 여겨지면서 모방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역사 왜곡을 일종의 놀이로 보고, 학업 스트레스와 대화 단절 등 오프라인상의 불안감을 인터넷 공간에서 해소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실제 일베에서 인기 있는 글은 기성세대가 믿는 진실을 과격한 언어로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거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온라인 우익 현상을 연구해온 와카미야 요시부미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12일 “요즘 젊은이들은 미묘한 역사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근현대사나 인문교양 역사를 많이 배우지 않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방지원 신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베 현상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에서 주고받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학교 교육 등 현재의 정규 교육이 바로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06-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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