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인책론은 사실상 소멸된 듯
새해 예산안 파동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나라당의 내홍이 16일 완연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전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은 데다 이날 오후 회동할 20여명의 개혁성향 의원들도 자성을 바탕으로 한 당청관계 재정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지도부 인책론은 사실상 소멸한 것으로 관측된다.
민본21 소속 회원들을 포함해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과 4선의 남경필 의원 등 당내 개혁성향 의원 20여명은 이날 오후 예산안 파동과 관련해 자성과 결의를 담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성명에는 “쟁점법안 끼워넣기 처리,서민예산 삭감을 막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반성한다”면서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물리력을 동원해 법안이나 주요정책의 국회통과를 강요할 경우 이를 거부하고,강행처리에 동참하면 19대 총선에 불출마할 각오가 돼 있다”는 입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식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성의 형식을 빌렸지만 청와대로 하여금 밀어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강한 의사표시이며,국회폭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도부 인책론보다 훨씬 더 실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의 당청 관계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 만큼,내년으로 예상되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본21 소속 권영진 의원은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가 대통령 권력을 위한 도구가 돼왔고 정당의 부속물이 됐다”면서 “국회개혁은 여야 의원들이 당으로부터 얼마나 독립해 국회 위상을 스스로 확립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은 당내에서 이런 기류를 확산시킨 뒤 추후 이 주장에 공감하는 야당 의원들과 연대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폭력과 의정활동 방해라는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 선진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