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마당 세대’ 변화의 주체 될까

북한 ‘장마당 세대’ 변화의 주체 될까

입력 2015-07-25 10:04
업데이트 2015-07-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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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세대, X세대, 월드컵세대…

여기서 ‘세대’는 시대의 변화와 핵심 사건을 함께 겪은 것을 계기로 동질성을 갖게 되는 집단의 특성을 한마디로 규정짓는 표현이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항일 혁명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해 왔다.

김일성 주석 등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한 사람들은 혁명 1세대, 6·25전쟁과 전후 복구의 과정을 경험한 혁명 2세대, 70∼80년대를 경험한 혁명 3세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북한에도 사회적 변화의 진폭이 커지면서 사회현상에 기반을 둔 세대 구분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 시작은 ‘장마당 세대’.

이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사람들로, 1980년 출생자들은 1990년대 성장기를 거쳐 200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다.

1990년대 중반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속출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를 헤쳐나온 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반사회주의적 행동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 왔다.

박인호 데일리NK 대표는 6월23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장마당 세대는 성장기에 대기근을 거치며 육체적 충격이 심각했고 생존을 위해 시장화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했다”며 “대외적으로는 평양을 찾아온 남한 대통령을 두번이나 지켜봤고 중국화의 흐름도 체험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장마당 세대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남성들이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마당에서 상행위를 할 수 있는 여성들의 지위가 올라갔고, 노동자들도 스스로 먹고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자유분방함이 형성됐다.

또 규제 대상이던 시장에서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법에 의한 통치가 무력화되고 이로 인해 장마당 세대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준법이라는 개념이 약해졌다.

박 대표는 “죄를 짓고도 뇌물을 바치면 처벌을 피하고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법의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것이 북한의 상황”이라며 “공정한 법집행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 속에 법치가 무력화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장마당 세대는 식량난에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추구하는 의지, 생존에 대한 집착과 불안 심리,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염세적 감정, 생존 앞의 급격한 가치변화에 대한 혼돈감으로 구성된 독특한 세대적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국가 대신 ‘시장’ 안에서 경제적 혜택을 누려온 장마당 세대는 북한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까.

국가정보원은 7월14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장마당 세대는 이념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며 부모 세대에 비해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의 성장은 외부 사조 수용과 시장의 확산 등 북한 체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마당 세대가 김정은 체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인호 대표는 “장마당 세대는 다른 세대와 차별화된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면서도 동질화된 세대의식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대안세력이 될 가능성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장마당 세대가 북한 사회의 주축이 되면서 개인주의가 급성장하거나 시장화의 확산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에 저항하는 의식들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릭 피시 아시아소사이어티 콘텐츠 제작자는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으로 개인 삶에 대한 정부 개입이 줄어들면서 개인주의가 급성장했다”며 “중국의 청년들은 족벌주의와 부패 때문에 기회를 뺏기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만 보면 1984년생인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역시 장마당 세대에 속한다. 현 단계에서 장마당 세대가 김정은 체제의 협조자가 될지, 파괴자가 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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