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호랑이굴’서 호랑이 못잡고 다시 독자세력화 나서

安, ‘호랑이굴’서 호랑이 못잡고 다시 독자세력화 나서

입력 2015-12-13 11:38
업데이트 2015-12-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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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무산 속 ‘강철수’ 행보…제1야당 둥지 2년만에 떠나

“타협하거나 회피한 게 아니고 새 정치를 제대로 이루기 위한 진검승부의 선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난해 3월2일 신당 창당을 돌연 중단하고 독자 세력화 대신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안 전 대표측은 당시 민주당을 ‘호랑이굴’에 비유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면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결국 2년도 안돼 ‘호랑이’ 잡기를 포기한 채 호랑이굴에서 뛰쳐 나와 한겨울 추위 속 시베리아 벌판에 홀로 선 것이다.

◇安측 “호랑이가 안잡히면 나갈 수밖에” =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결행한 것은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더 이상 자신이 염두에 둔 정치혁신이 불가능하고 자신의 정치적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측에서는 최근 “호랑이굴에 들어왔는데 호랑이가 안 잡히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왔다.

작년 3월 제1 야당의 공동대표로 새롭게 출발한 안 전 대표의 ‘새정치 실험’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불과 5개월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후 절치부심의 각오로 와신상담해온 안 전 대표는 잇따른 재보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이 반성하거나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주류측의 패권적 행보와 ‘자기편 비리 감싸기’가 이어지자 지난 9월 당내 부패척결과 낡은 진보청산의 깃발을 들고 다시 나섰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이같은 ‘혁신 2라운드’는 지난 3개월간 번번이 주류측의 반대에 밀려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했다.

더욱이 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당과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악화일로를 겪었지만 이를 타개할 제대로된 대책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향해 ‘혁신 전당대회 개최’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으나 제안 이틀 만에 ‘분열전대’라는 비판과 함께 거부됐다.심지어 혁신 주장이 ‘새누리당 프레임’이라는 비난까지 듣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들은 새정치와 한국사회 구조개혁만이 자신이 정치를 하는 유일한 이유라고 말해왔던 안 전 대표로서는 더 이상 당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강철수(강한 안철수)’를 선언한 안 전 대표도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탈당 감행을 통해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고난의 행군 자처한 安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 만들것” = 자신이 공동창업주로 참여했던 새정치연합을 탈당함에 따라 안 전 대표는 다시금 ‘새정치의 꿈’을 향한 고난의 행군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당장 안 전 대표로서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 야권 전체가 패배한다면 안 전 대표는 야권 분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정치적 생명마저도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이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안 전 대표는 향후 행보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안 전 대표로서는 무엇보다 총선을 앞두고 당을 박차고 나온 것이 단순히 정치적 헤게모니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혁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패권 양상을 보여온 새정치연합 주류측과 문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을 등에 엎고 향후 향후 야권 및 한국정치 혁신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당장 총선이라는 중대 이벤트가 있는 만큼 총선 국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선 안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중단한 독자세력화의 길로 다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즉 신당창당이다. 안 전 대표가 올 해가 저물기 전에 거취문제를 결정지은 것도 결국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한길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 당외에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포괄하는 중도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야권 인사들 뿐만아니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포함해 개혁성향의 여권 인사까지 포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더 큰 관측도 있다.

◇ 냉혹한 현실…‘安風’ 사라지고 野 분열책임론 감수해야 = 그러나 이런 구상과 달리 현실은 냉혹해보인다. 안 전 대표의 독자세력화 시도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도박’과도 같은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초만 해도 안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 출신이자 새정치의 아이콘으로서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신당 창당을 추진했으나 현실적 한계를 부딪혀 결국 민주당과의 통합이라는 ‘플랜B’를 선택했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지금의 상황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안좋은 게 사실이다. 안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아직까지는 문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에 뒤지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내세워온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안풍(安風, 안철수바람)’이란 말이 나돌던 지난 대선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안 전 대표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평가는 1차적으로 새정치연합 내 동반 탈당 규모에서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측은 당내 동반탈당 의원수가 최대 30명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10명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탈당 규모가 20명을 넘어서 일단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된다면 향후 선거관련 협상의 한 축으로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으나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다면 출발부터험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안전한 선택으로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과의 합당이나 연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안 전 대표도 혁신 전대 다음 단계로 천 의원 등의 신당과 통합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선거공학적 연대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중도개혁적 전국 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야권 신당과 연대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 전 대표가 당장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기보다는 당분간은 ‘제3지대’에 머물면서 독자세력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20대 총선이라는 중차대한 국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 전 대표의 ‘정중동 행보’도 연말, 아무리 늦어도 내년 1월 중순을 넘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권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더 큰 혁신의 비전을 통해 야권에 창조적 파괴를 가져온다면 이번 선택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변수가 많지만 관점에 따라 이전보다 상황은 더 좋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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