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물갈이’ 치고 빠졌나? ‘실언’으로 권위 잃었나?

김무성, ‘물갈이’ 치고 빠졌나? ‘실언’으로 권위 잃었나?

입력 2016-02-29 20:21
업데이트 2016-02-29 20:2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상향식 공천 앞세우며 이한구 공관위 독주 제어 효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9일 공천 살생부 논란에 사과하면서 일단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분위기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이나 살생부 얘기를 한 바 없다”고 할 때만 해도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는 듯했지만, 오후에는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물러섰다.

지난 26일 김 대표가 정두언 의원과 만나 친박 핵심 인사로부터 이른바 ‘공천 살생부’를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타면서 급등했던 당내 갈등이 사흘 만에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살생부의 실존 여부나 김 대표 발언의 진위는 여전히 베일 속에 있지만 결과적으로 김 대표로서는 친박계가 추진하는 전략공천이나 현역 물갈이 시도를 제어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상향식 공천을 강하게 추진하는 김 대표와 마찰도 불사하며 우선·단수추천제를 확대 적용하려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명단에 포함된 비박계에게는 ‘내가 이만큼 지켜주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총선 이후 대권을 향한 자산을 확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박계 일각 역시 “치고 빠지기에 당했다”는 불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앞으로 이한구 위원장이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오른 사람들에 대한 심사를 할 때 이번 파동때문에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권력자’ 발언이나 지난달말 비박계 의원들과 휴일 만찬을 통해 “살아서 돌아오라”고 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공천 내홍이라는 적전분열의 사태를 막기 위해 30년 넘게 정치권에 몸담은 김 대표가 고도의 정치적 감각을 발휘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친박계가 김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는 촉구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김 대표가 공관위의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고, 살생부 관련 조사에 착수한다는 최고위 결정을 수용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박계의 반발에 부닥쳐 결국 사과까지 하면서 스타일을 구기는 봉합으로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상반된 주장도 있다.

살생부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는데 앞으로 김 대표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두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역 물갈이’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공천장에는 절대로 대표 직인을 찍지 않을 것이냐”는 취지의 자신의 질문에 김 대표가 “‘그래도 버틸 것’이라고 했었다”고 전했다.

이제 와서 “살생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김 대표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여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수시로 발언과 입장을 바꾸면 따르는 사람이 없다”면서 “앞으로 김 대표의 말은 권위를 잃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지난 10월 중국 방문 중 ‘상하이발 개헌론’을 꺼냈다가 즉시 사과하고, 공무원연금법 개정 과정과 국회법 개정 파동에서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다”며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에서 무력했던 장면도 거론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