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엽 ‘읍참마속’…靑, 추경 살리고 국회 정상화 물꼬 트기

조대엽 ‘읍참마속’…靑, 추경 살리고 국회 정상화 물꼬 트기

입력 2017-07-13 19:56
업데이트 2017-07-1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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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추경’ 급하다는 판단에 野요구 일부 수용…송영무는 임명

문재인 대통령이 장고 끝에 ‘조대엽 카드’를 포기했다.

야당이 장관 인사와 추경 예산안 처리를 연계시키며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정 정상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읍참마속’의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라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으나 그의 거취 결정에는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돼있음이 물론이다.

조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알리는 문자메시지에서 ‘본인의 임명 여부가 정국 타개의 걸림돌이 된다면’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도 이같은 추론을 가능케 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호흡이 잘 맞는 측근인사를 내각에 기용하는 데 실패했지만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추경’ 처리와 함께 국회 정상화의 숨통을 여는 ‘정치적 소득’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애초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 후보자를 모두 임명하겠다는 원칙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먼저 나서지 않으면 추경과 인사가 맞물린 정국 경색을 도저히 풀 수 없다는 절박감 속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인사문제를 양보하겠다는 뜻을 비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회를 향해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논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 3당이 추경처리의 선제조건으로 내건 두 후보자의 인사문제에 대해 도저히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다는 쪽으로 판단이 내려지자 문 대통령의 생각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 늘리기가 사상 초유의 추경 처리 불발로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면 아무리 야당이 발목을 잡았다는 이유를 대도 정권 초반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추경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하반기 경제성장률과도 연계된 문제라는 점에서 반드시 관철해내야할 당면 현안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기존의 원칙적 입장과 소신을 바꿔 정치적 해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찾아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촉발된 국회 파행 사태에 사과한 것도 추경을 살리고 국회 정상화를 꾀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추 대표의 잇단 강성 발언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국민의당을 찾아가 사과함으로써 추경 처리를 막고 있던 걸림돌을 제거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임 실장의 ‘사과’ 카드는 청와대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은 선택이었다. 추 대표는 그동안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겠다는 의지를 비치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 실장을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한 것은 당청 관계의 일시적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추경을 지켜내겠다는 의중을 강력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부·여당이 나서서 정국 경색을 풀어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이 문 대통령의 결단에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를 재송부하지 않아 임명이 가능했던 11일부터 청와대 일각에서는 한 명이라도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5부 요인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정부·여당이 더 큰 책임으로 국회가 원만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생각할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 ‘국민 여론’을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해 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귀담아 들었을만한 충고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더 시간을 달라”면서 협상의 ‘전권’을 넘겨받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야당과 절충할 수 있는 정치적 해법이 담긴 ‘국정정상화 조치’를 건의한 것이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에게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명분’이 제공된 셈이다.

여기에 전병헌 정무수석이 이끄는 청와대 정무라인은 야당 지도부를 상대로 정상화에 협조할 것을 다각도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전병헌 정무수석-우원식 원내대표로 이어지는 당·청의 핵심인물들이 서로 역할분담을 하며 국정 정상화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국 경색에 숨통이 트인 만큼 문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만나 순방 외교 성과를 설명할 자리가 마련될 지도 주목된다.

청와대는 문 대표의 결단에 따른 야당의 반응을 봐가면서 회동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국이 마비된 상태에서 초청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정국의) 가닥이 어느 정도 잡힌 뒤에 제안하는 게 예의고 성사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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