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토 핵공격 능력 갖추면 한미 ‘디커플링’ 발생 가능성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시험발사에 거듭 성공해 ICBM 기술 완성단계에 성큼 다가섬에 따라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갖추고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게 되면 유사시 한반도에 미국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것을 골간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8일 밤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이 정도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미국이라는 침략국가도 무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화성-14형 시험발사가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시험발사에서 화성-14형은 고각 발사로 최고고도 3천724.9㎞, 비행거리 998㎞를 기록해 30∼45도의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는 9천∼1만㎞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험발사 장소인 자강도에서 쏜다면 미국 동부와 남부 지역을 제외한 본토 상당 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서부 연안 대도시는 물론, 5대호 주변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도 북한의 핵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북한이 아직 ICBM 기술을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ICBM급 사거리를 갖춘 화성-14형에 대기권 재진입(re-entry)을 포함한 고난도 기술을 더하고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미사일에 장착할 경우 한반도 안보 지형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미국 본토 대도시를 상대로 핵공격 위협을 함으로써 미국이 한반도에 증원전력을 파견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포함한 전력 제공을 골간으로 하는 한미동맹은 근본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동맹국에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직접적인 핵공격 위협에 노출되면 한국에서는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 동맹의 ‘디커플링’(decoupling·이탈)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냉전 시대 옛 소련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확보하자 서유럽의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소련의 핵공격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기댈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북한이 전략적 수준의 대형 도발을 할 때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굳건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것도 한미동맹의 균열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8일(현지시간)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국토의 안전을 보장하고 역내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의 대형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곧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비롯해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잇따라 전개할 방침이다. 이 또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행동으로 확인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최근 공개적으로 미사일방어체계의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북한의 핵공격 위협 무력화를 시도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북한의 화성-14형 1차 시험발사 약 1주일 만인 지난 11일 화성-14형의 사정권에 드는 알래스카주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요격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앞서 5월 말에는 북한이 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한 지 약 보름 만에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 기반 요격미사일(GMD)로 ICBM 요격시험에 성공했다.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29∼30일 알래스카주에서 또 사드 요격시험을 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은 지난번 사드 요격시험 성공 직후 “북한과 다른 국가들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을 막는 미국의 능력을 강화하고 광범위한 전략적 억제 구조에 기여할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을 염두에 뒀음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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