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면 지지 이탈·野 자극 우려…‘호남도 국민의당과 겨룰 만’ 판단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에 따른 정계개편 움직임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거리를 두고 있다. 야권 재편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원내 1당 복귀 가능성까지 점쳐지지만, “일단은 지켜보자”는 게 여당 안팎의 대체적인 기류다.이 같은 ‘거리 두기’의 이면에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자리하고 있다.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굳이 무리해서 정계개편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등에서 현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중도·보수 진영에 손을 내밀 경우 개혁 의지가 후퇴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5일 “재적 의원 절반인 150석을 만들 수 있는 정계개편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지지층은 물론이고 자칫 보수진영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추미애 대표가 누구보다도 정계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권이 정계개편에 휩쓸리면 7개월여 남은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선 전까지 나오던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잠잠해진 이유도 무엇보다 지역 밑바닥 조직의 부정적인 반응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시 합치면 당장 지방선거 공천권을 두고 한바탕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열세를 멸치 못했던 호남의 경우 지지율을 상당 부분 회복해 국민의당과도 충분히 겨룰 수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바른정당 의원들이 실제로 탈당하는 등 정계개편이 현실화하면 여당으로서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한국당이 120석만 넘으면 국회선진화법상 사실상 모든 법안을 거부할 수 있어 정부·여당의 힘은 급격히 약해진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앞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2+2+2’ 정책협의체를 제안한 것도 정계개편 움직임에 따른 견제의 성격으로 풀이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7-11-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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